2023-01-16 살아야 할 이유 자존의 철학, 제니퍼 마이클 헥트

 

살아야 할 이유 자존의 철학
제니퍼 마이클 헥트 저 / 허진 역 | 열린책들
출간일 : 2014년 1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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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판관기에 나오는 삼손 이야기는 스스로 죽음을 꾀하는 성경 인물들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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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서구 역사 전반에 걸쳐서 자살을 반대했을까? 그렇다면 그 방법과 이유는 무엇일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자살이 외부에 영향을 끼쳐 타인까지 자살로 이끈다는 주장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 그래서 나는 인간이 고뇌하면서도 자살을 거부하고 계속 갈아가는 것만으로도 큰 기여를 한다고 선언했던 철학자와 작가들을 찾아보았다. 또 자살이라는 최종적인 행동과 관련해서 지금까지 자아의 일관적 속성에 대해 어떤 말들이 있는지 조사했다.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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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역사에 기록된 또 다른 자살은 오늘날 우리가 연쇄 자살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 사건이 일어난 지 몇 백 년 후에 플루타르코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옛날 옛적에 알 수 없는 이유로 밀레투스의 젊은 여인들이 비참하고 기이한 괴로움에 사로잡히는 일이 발생했다. ... 부모의 눈물과 만류도 친구들의 위로도 아무 소용없었고 처녀들은 감시인의 세심한 노력과 모든 장치를 뚫고 자살했다.' 마침내 누군가가 목매달아 자살한 처녀들의 장례를 치를 때 시체를 벌거벗겨 시장을 지나가도록 하는 포고령을 내리자고 제안했다. 이 방법이 통했다. '가능한 모든 것들 중에서 가장 끔찍한 죽음과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던 여인들'이었지만 평판을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죽은 후에 겪을 수치를 생각하자 견딜 수 없었고, 이로써 자살 유행병이 사그라졌다. 이 사건은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도 무척 불가사의하고 불편한 현상으로도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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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쿠로스는 신들이 여러 우주들 사이에 사는 그림자에 불과하며 우리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신들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덜기 위해서 존재의 절대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충고했다. 예를 들어서, 언제가 될지 전혀 알지 못할 일을 왜 두려워해야 하는가?
'정말로 일어났을 때 별로 괴롭지 않은 것을 미리 생각해봐야 근거 없는 고통만 일으킬 뿐이다. 그러므로 가장 끔찍한 악인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가 존재할 때는 죽음이 오지 않고, 죽음이 오면 우리가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죽음은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아무것도 아니다. 산 자에게는 죽음이 없고 죽은 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가 메노이케우스에게 보내는 편지 중)'
에피쿠로스는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하지만 자살은 비합리적이며 심지어는 일종의 나약함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에피쿠로스는 자기 살해의 동기가 생리학적인 것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삶의 흥망성쇠와 권태에 지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지쳐서 그런 선택을 한다. 그러나 에피쿠로스는 비참한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질병에 걸린 사람들은 용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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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우스의 경우는 절망으로 인한 자살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인간의 괴로움, 특히 우리를 짓누르는 실망, 근심, 고뇌에 대해 설득력 있는 글을 썼다. 루크레티우스는 이렇게 썼다. '그러므로 개개인은 자신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하지만 물론 절대 달아날 수 없는 자신에게 의지와 상관없이 매달리게 되고, 따라서 그런 자신을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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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역사를 연구하는 조르주 미누아는 1955년에 세네카가 말하는 일종의 타이디움 비타이, 즉 생의 권태가 정말로 목숨을 앗아가지는 않는다고 썼다. '생의 권태의 가장 전형적인 표현은 삶과 죽음 사이에서 결정을 못하는 상태로 영원히 표류하는 것이다. (세네카가 루실리우스에게 보내는 도덕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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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주의자이면서 세속적으로 보이고 싶지만 아직 자살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이것은 이 시기에 만들어진 '자살(suicide)'이라는 말의 어원에 분명히 드러난다. 이 말은 영국 학자 토머스 브라운 경(Sir. Thomas Browne)이 <의사의 종교(Religio Medici)>에서 만들어 낸 것으로, 이 책에서 그는 로마 시인 루카누스와 그의 '스토아학파적 천재성'을 칭송하면서도 카토의 자살과 같은 자기 암살을 칭송한 것은 지나쳤다고 말한다. '이는 진실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행동이지만 삶을 겁낸 것이기도 하다.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용맹한 행동이지만 삶이 죽음보다 더 끔찍할 때에는 감히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용맹함이다. 여기서 종교는 우리에게 고귀한 예를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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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하여(On Suicide)>는 흄이 1750년대에 쓴 도발적이고 반종교적인 여러 에세이들 중 한 편이다. 이 에세이는 교부들의 금지 명령을 익살맞게 해체하며 인간이 모든 것을 끝낼 권리를 옹호하는 글이다. 흄은 우리가 지금 당장 죽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므로 자살이 불경하다는 것이 '현대 유럽의 미신'의 주장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렇다면 '집을 짓거나, 땅을 경작하거나, 바다를 항해하는 것'은 불경하지 않느냐고 조롱한다. 하느님은 우리가 그런 행동을 하도록 정하지 않았다. 흄은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것이 전능하신 하느님의 영역이라면 삶의 파괴뿐 아니라 삶의 보존을 위한 행동 역시 똑같이 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머리 위로 떨어지는 돌을 피한다면 자연의 질서를 깨뜨리는 셈이고, 하느님께서 정하신 물질과 운동의 일반 법칙에 의해 정해진 기간을 넘어서까지 내 삶을 연장함으로써 전능하신 하느님의 특정한 섭리를 위반하는 것이다.' 흄은 대담하고 창의적인 사상가였다. 역사적으로 사람들은 신이나 하느님이 우리를 지금과 같은 상황에 놓았고 오직 신성한 힘만이 우리를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할 수 있으므로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흄은 여기서 종교적 회의론 하면 흔히 연상되는 주장과 자살의 옹호를 연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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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행복하다는 전제 하에서만 자신의 존재를 사랑할 수 있다. 자연 전체가 그의 행복을 부정하면,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그에게 옹색해지면, 우울한 생각들이 그에게 고통스러운 그림만 보여주게 되면 인간은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무(無) 안에서 부유하다가 더 이상 자신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서 물러난다. ... 인간에게 단 하나의 이익이라도 제공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사회는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권리를 잃는다. 자연은 그 사람의 존재를 비참하게 만든 순간 사실상 삶을 끝내라고 명령한 셈이다. 그 사람은 처음 숨을 들이마실 때 그랬던 것처럼 죽음으로써 자연의 천명을 실행하는 것 뿐이다. (폴 앙리 디트리히 돌바흐,Paul Henri Dietrich d'Holbach의 <자연의 체계, The Systen of Nature, 1770>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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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간도 섬이 아니며 그 자체로 온전하지 않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일부, 대해의 부분이다. 곶이 그러하듯이, 그대 친구의 장원이나 그대의 장원이 그러하듯이 바다가 흙덩이를 씻어 가면 유럽은 그만큼 작아진다. 모든 인간의 죽음은 나를 축소시킨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으니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알아보러 사람을 보낼 필요 없다. 종은 그대를 위해 울린다. (존 던의 <명상록 17, 1623>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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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에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는 더욱 구체적인 자살 반대론을 펼쳤다. ... 디드로는 <클라우디우스와 네로의 통치에 대한 에세이(Essay on the Reigns of Claudius and Nero)>에서도 자살에 반대하면서 '한 사람이 자기 자신만을 해치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썼다. ... 디드로에게 자살이란 사회에서 맡은 역할과 책임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살이 다른 사람들에게 끼치는 해악에 신경 쓰지 않는 자기중심적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디드로는 이렇게 쓴다. '이러한 행동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그것이 자연 법칙을 절대적으로 거스른다는 사실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백과사전, Encyclopedia, 장 달랑베르와 공저> 중)' 그가 제시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유는 우리와 타인의 관계, 그리고 자신에 대한 의무다. 디드로는 첫째, '우리는 자신만을 위해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타인, 조국, 친척, 가족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모든 사람은 우리에게 어떤 의무를 요구하며, 우리 마음대로 그것을 저버릴 수 없다'고 썼다. 그는 우리가 목숨을 버리고 따라서 동료들을 버리는 것은 사회적 의무를 어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디드로는 우리가 사회에 계속 살아야 할 빚을 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렇게 쓴다. '인간이 스스로 사회에 전혀 쓸모없다고 확신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런 상황은 전혀 불가능하다.' 디드로는 스스로 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사실은 용기와 인내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다고 단언한다.
디드로는 자살을 거부하는 두 번째 중대한 이유를 똑같은 기백으로 설명한다. 그는 인간이 스스로 행복해지고 항상 자기 자신과 인생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몫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자살은 '자신에게서 삶을 앗아가며 따라서 그가 자신에게 진 밎을 무시한다.' 디드로는 이러한 자신에 대한 의무가 그 어떤 불운보다도 우선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자신이 앞으로 행복해질 가능성을 막아서는 안 되고, 앞으로 자신을 개선해 나가지 못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디드로는 자살을 꿈꾸는 사람들은 죽음이 삶보다 더 행복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생각한다고 인정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추론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디드로는 내세가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확실히 알 수는 없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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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글에서 칸트는 이렇게 쓴다. '도덕성이 그 자체로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한 인간 안의 도덕성의 주체를 멸절시키는 것은 그가 할 수 있는 한 이 세상에서 도덕성의 존재 자체를 뿌리 뽑는 것과 같다. 따라서 스스로를 임의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것은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인간성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윤리 형이상학 정초, Groundwork of the Metaphysics of Morals, 1785> 중)' ... 칸트가 보기에 정언 명령은 자살이란 인간이 서로에 대한 의무를 위반하는 것임을 증명한다. 어떤 면에서 이는 정언 명령의 완벽한 예다. 정언 명령의 핵심은 진정한 도덕성이란 어떤 구체적 행동이 사회를 개선하는지 훼손하는지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회 구성원의 생존이나 죽음보다 더 명백한 답을 제시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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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는 사람들이 자살을 궁극적인 저항으로 여기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말한다. 그의 글에 따르면 고통을 견디는 삶이야말로 궁극적인 저항이다. 자살은 '극단적인 수용이다. (<The Myth of Sisyphus and Other Essays> 중)' ... '우리를 압도하는 진실은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소멸한다. (같은 책)' ... 카뮈는 우리 각자가 앞을 보고 싶어 하지만 어둠은 끝이 없음을 알면서도 '계속 전진하는' 눈먼 시시포스와 같다고 말한다. 의미와 기쁨은 단순하지만 영웅적인 노력이 필요한 우리의 인내에 있다. '바위는 여전히 굴러간다. (같은 책)' 우리는 여전히 견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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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권태를 견디는 것은 진정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러한 인내는 사실 오늘날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당신이 만든 것도 아닌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영웅적 행위의 본질이다. ... 사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하고 놀던 영웅적인 행동은 진정한 용맹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연극이었다. 웅장한 몸짓, 선택의 순간, 목숨이 걸린 위험, 외부의 적, 절정을 이루는 대결과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결과 - 이 모든 것은 영웅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관객을 흥분시키고 만족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 현실 세계에 잘 오셨습니다, 여러분. 관객은 없다. 누구도 박수를 치지 않고 감탄하지도 않는다. 아무도 당신을 보지 않는다. 알겠는가? 이것이 진실이다. 진정한 영웅적 행동은 열렬한 갈채를 받지 못하고 누구도 즐겁게 해 주지 않는다. 누구도 그것을 보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는다. 아무도 관심이 없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창백한 왕, The Pale King, 2011)' ... 월리스의 화자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이 세상을 만든 것이 아니고, 우리가 어린 시절에 이 세상에서 성공하는 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틀렸음이 증명된다. 용기는 종종 현실을 극적으로 바꿀 때가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버틸 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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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구 역사 안에서 자기살해의 사례들과 그 배경, 그 역사가 현대에 끼치는 영향들과 자살 반대론자들의 이론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익히 알던 철학자들이 주장한 자살에 대한 입장과 관련 이야기들이 줄지어 나온다. 서양철학사 전체를 훑으며 수많은 철학자, 작가들의 저서를 꼼꼼히 발췌하고 방대한 사료로 근거를 쌓는 지구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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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영국 조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든 현재로서든 항상 살해당하는 사람보다 자살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이어 작가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익사, 화재, 산후 출혈로 사망하는 사람보다 자살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 15세부터 44세까지의 전 세계 남녀 모두 전쟁으로 죽는 사람보다 자살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고 적었다.
OECD의 2020년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6명으로 이는 OECD 평균 11.3명의 2배 이상의 수치다. 10대, 20대, 30대의 사망 원인 1위도 모두 자살이다. 국내 자살률은 2001년부터 2011년 사이 10년간 100% 증가했는데 외국의 경우 2000년대 이후 자살률이 감소하는 경향과 비교하면 특이한 현상이다.
tvN 방송프로그램 <책 읽어 드립니다>에서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노인과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월등히 높다"며 국내 노인 자살률 급등의 원인은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괴리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납득 가능하다. 또한 같은 방송에서 유 교수는 세계적으로는 남성의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데 비해 우리나라만큼은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높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현상이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에서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높은 건.... ㅎㅎ..... 할많하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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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간이 자의로 태어나지 않는데, 죽음마저 자의로 선택할 수 없다는 주장은 논거가 희박하다. 자살을 반대하는 대부분의 주장은 지나치게 일방적인 율법 혹은 감정적 호소에 의거하고 있으므로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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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의 여러 인생론은 긍정적인 자기계발서로도 두루 읽히고 있는데 정작 그 저자인 세네카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없다...고 생각하면서 세네카의 죽음에 대해 찾아보았다. 스토아학파 대표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음에도 고리대금업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권력형 비리의 아이콘이었고 동시에 여성혐오자였다. 자살도 본인의 의지는 아니었고, 정치적 이유로 네로로부터 명령받은 바였다. 이 책을 다 읽으면 세네카의 철학 이론에 관해서도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보다 <죽은 백인 남자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549272)를 먼저 읽어봐야겠다. 어이없....?
반면 아우구스티누스의 논리는 독특하다. 그가 자살을 반대한 것은 그것이 '살인하지 말라'는 신의 계명이기 때문인데, 루크레티아가 순결을 지키기 위해 자살한 사례도 그런 이유로 논박한다. 당대 사람들이 루크레티아의 자살을 명예를 위한 순교처럼 받아들인 것과 다르게, 뜻밖에도 아우구스티누스는 간음의 죄를 저지른 자는 가해자뿐이며, 루크레티아는 육체가 짓밟혔으나 여전히 정숙한 여인이고 루크레티아의 죄는 오로지 자기 자신을 살해한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실 지금이야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신의 율법을 따르는 전통적인 학자임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의외로 진보적인(?) 점이 흥미롭다. 다른 부분에서의 그의 사상과 삶은 잘 모른다.
13세기부터 유럽에서는 자살을 큰 죄로 규정하여 자살한 자들의 시체를 재판에 회부하여 유죄를 선고한 뒤 옷을 벗겨 거리에 목매달거나 말이 끌고 다니게 했고, 시체의 남은 부분은 새들이 쪼아먹게 만들었다. 자살이 대죄임을 세간에 보여 경각심을 갖도록 한 것이지만 지나치게 잔혹한 처사가 아닌가 싶다. 요즘의 시선으로는 위정자나 재판부에 대한 반감만 일으키게 할 것 같은데 당시 분위기를 감안하면 효율적인 억제책이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 역시 신을 숭배하는 논리 하에 생겨난 문화였으므로 16세기 말 르네상스 후기부터 개인의 의사를 중요시하게 되며 점차 줄어들었다. 자살에 대해 관용적 태도를 갖는 철학은 실질적으로 계몽주의 이후부터 설파되었다. 정치적으로는 기존 종교에 회의를 드러내기 시작했고, 의학의 발달로 자살을 신경 질환의 결과로 보는 관점이 생겨났다. 자본주의 이데올로기가 부상하면서는 자살자의 재산을 정부가 몰수하는 일이 줄어들며 자살에 대한 가치 판단이 사적 영역에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흄, 돌바흐, 볼테르 등의 주요 계몽 사상가들이 자살 옹호론을 펼친 것은 종교에 대한 극심한 반감이 계기이기는 했다. 이들은 자살 옹호론을 주장하면서도 그들의 이론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리란 사실에 대해서는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입장이었다. 사상가들의 자살 옹호론이 대중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한 몇몇 이론가들 중 대표적인 사람은 프랑스 작가 마담 드 스탈(Madame de Stael)과 볼프강 폰 괴테(Wolfgang von Goethe)가 있었다.

완독하고 나서도 사실 자살하면 안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칸트와 카뮈의 사상에는 깊이 동감하지만, 앞서 쓴 바와 같이 여전히 죽음이라도 자의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안락사, 존엄사가 합법이 되면 따라올 부작용이 너무나 많기에 차마 합법화할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이해한다. 인간은 삶의 과정에서 자의로만 선택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