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14 고다르와 진 셰버그

은은하게 충격적인 고다르의 사망 소식.
누벨바그 거장인 그가 죽었다 하니 현대 영화의 시대가 비로소 끝났다는 실감이 든다. 여전히 OTT 영화는 취급하지 않지만 틱톡과 협업하는 등 보수적이던 칸도 은근하게 변화를 모색 중이다. OTT 오리지널 영화가 득세했으며, 전통적 의미의 영화가 시네마의 규격을 벗어난 지도 오래다.
나는 영화쪽 일을 그만둔 지 벌써 4년이 훌쩍 지났고, 이제 개봉 영화를 일일이 챙겨보지도 않는다. 미디어나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크게 줄었다. 그래도 어쩐지, 학부 시절과 초임 때 일종의 교과서 중 하나였던 고다르의 사망 기사는 그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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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조력 자살을 했다고 한다. 고다르의 대표작인 <네 멋대로 해라>의 엔딩 시퀀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도둑놈 주인공이 총상으로 죽어가면서 자신의 손으로 본인의 눈꺼풀을 쓸어내려 눈을 감은 뒤 죽는다. 오래 전 그런 장면을 찍었던 감독이 선택한 죽음의 방식이 조력 자살이라 오묘하다.
사진은 주인공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또다른 주인공이고 이것이 진짜 엔딩 신이다. 카메라와 또렷하게 눈을 맞추는 센세이셔널한 장면. 배우는 진 셰버그다.
겸사겸사 진 셰버그와 관련된 소소한 일화. 수년 전 어느 날 퇴근 후 선배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 날 나는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풍성한 핏의 치마를 입고 있었다. 모 선배는 나에게 진 셰버그처럼 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물론 진 셰버그를 떠올리고 입은 옷은 아니었지만 그 날 이후로 나는 그 이름을 잊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