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3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박서련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저 | 작가정신 
출간일 : 2021년 12월 28일

---

첫 문장 오래전에 두어 번 같이 잤던 애가 무슨 국제영화제 본심에 올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
세계 걱정을 자연스럽게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일시적으로나마 스스로에 대해서는 더 이상 걱정할 게 없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
... 이런 찬사는 처음이네, 싶어서 이 말을 ‘잃’어버릴까 꼭 쥐고 돌아왔다, 집에.
어떤 기분이었냐면 길에서 반짝거리는 물건을 주운 것 같은 기분, 한국에서는 쓸 일도 없고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도 모를 외국 동전, 볼드하고 반짝거리는 귀걸이 딱 한 짝, 어린애들 장난감에서 떨어진 모조 보석, 뭐 그런, 사실상 쓸모는 없지만 마음에 들어서 손에 꼭 쥐고 돌아다녀(왜 꼭 쥐고 다녀야 했냐면 마치 그걸 주운 게, 주워서 계속 숨기고 다니는 게 엄청 큰 비행처럼 여겨져서) 더운 김이 날 지경이 된, 땀에 젖은,
-
여름쯤? 슬슬 경제활동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도 월초부터 해온 참인데 한편으로는 지금 쓰는 거 왠지 개잘될것같아 내인생 존나필거같아ㅋㅋ 하는 근거도 대책도 없는 막연한 낙관을 동시에 품고 있다.

---

작가님은 속표지? 부분에 “이것으로 우리가 조금 가까워졌다고 믿고 싶은 마음입니다”라고 썼다. 글로 먹고 사는 작가가 일기를 공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픽션은 가장할 수 있지만 논픽션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기나 수필을 공개하는 작가는 독자와의 약간의 교집합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초반부를 읽으며 소설만 보고 상상했던 작가의 내 머릿속 이미지와 실제 작가는 다른 사람이란 걸 알았다.
-
일기에 다양한 콘텐츠와 심상이 담길 수 있다는 점에 새삼스럽게 놀랐다. 내 일기는.. 요즘 식으로 전형적인 S의 일기여서.. 일기가 아니라 숫제 일지 같다는 것이 조금 머쓱하다. 백수 라이프를 6개월 이상 지속하고 있기에 쓸만한 내용이 많지도 않다. 사실 알고 있다. 문제는 꾸준히 출퇴근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게 아니라 사람를 잘 만나지 않고 외부 활동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나에게 아무런 내용이 없다는 것을.
-
시간이 많은 김에 날 잡고 외장하드를 싹 정리하고 싶은데 어째 손이 가지 않는다.
-
나에게는 인생의 전환점(긍정 요소인지 부정 요소인지는 모르겠는)이었던 어느 일이 생겼을 무렵 작가에게는 크게 슬픈 일이 있었다. 여러 형태의 빅 이벤트가 여러 사람들의 인생에 동시다발로 발생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