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8 샤를 리샤르-아믈랭 피아노 리사이틀 @예술의전당콘서트홀

금요일이라 피곤해서 갈까말까 계속 고민하다 좋은 자리를 잡은 김에 다녀온 샤를 리샤르-아믈랭 피아노 리사이틀. 알고 보니 예당이 회사에서 자전거로 5분 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진작 좀 다닐 것을.
하필 내가 고른 자전거가 안장이 고장나 있어서 페달을 밟을 때마다 슬슬 내려가는 느낌이 들더니 나중엔 주저앉아서 자전거를 타는 지경에 이르렀다. 예당 가는 길이 은근한 오르막이라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았고, 중간에 거치 장소가 있어서 타던 자전거는 고장 신고를 한 뒤 새 자전거로 바꿔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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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 근처에는 밥 먹을 곳이 통 없다고 생각했는데 은근 오래된 식당들이 꽤 있었다. 뇨끼를 판다고 해서 가 본 #비노인빌라. 뇨끼 반죽에 너무 밀가루가 많은 듯 뻑뻑했지만 크림 소스는 맛이 좋았다. 양을 많이 주는 편이었고, 식전빵과 피클도 괜찮았다. 다음에 또 와서는 해산물 파스타를 먹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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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동갑 칭구칭긔인 샤를 리샤르-아믈랭은 조성진이 1위를 차지한 2015년 제17회 쇼팽 콩쿠르에서 2위를 했던 캐나다의 피아니스트다. 이번 프로그램은 1부는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 프렐류드 / 쿠프랭의 무덤, 2부는 쇼팽 28번 프렐류드 전곡이었다. 

아주 앞줄에 앉게 되어 기뻤는데 막상 가보니 손은 보이지 않는 자리여서 아쉬웠지만 연주자의 표정과 호흡은 아주 잘 느껴졌다. 원래 그런 편인지, 최근 급격히 살이 쪄서 그런지 연주시 호흡이 아주 크고 거칠었다. 나는 연주를 들을 때 호흡 소리가 들리지 않는 편이 좋아서 처음엔 좀 거슬렸지만 연주가 격해지면서는 거의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였다. 또 한 가지 신기한 건, 피아노 의자가 맨 처음 놓인 그대로의 위치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주회를 많이 가보지 않아서 이것이 일반적인 모습인지는 잘 모르겠다. 

관크 없이 질서정연한 공연이었고, 호응이 좋아서인지 연주자가 앙코르를 무려 세 번이나 해줬다. 내심 연주자가 즐거워한 것 같아 나도 만족했다. 연주회가 끝난 뒤 프로그램북에 사인도 받았다. 한국에 공연하러 와줘서 기쁘다고 인사했고, 간단히 고맙다는 말로 화답을 받았다. 후후... 이번에 새로 알게 된 클래식 연주회 매너 두 가지. 경우에 따라 사전 고지하고 CD에만 사인받을 수 있도록 하는 CD사인회가 따로 있다는 것(고지받은 내용이 없으면 일반 사인회다), 악보에 사인 받는 행위는 그 곡이 연주자의 자작곡이 아닌 이상은 타인의 저작물로 간주하여 비매너가 될 수도 있다는 것.

클래식 매너는 대체로 빡빡해서 아주 내 취향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