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2 공공연한 고양이, 최은영 외

공공연한 고양이 : 고양이 시점 짧은 소설
최은영, 조남주, 정용준, 이나경, 강지영, 박민정, 김선영, 김멜라, 양원영, 조예은 공저 | 자음과모음
출간일 : 2019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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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고양이는 지하주차장 구석 바닥에 배를 바짝 깔고 귀를 뒤로 젖혔다. (최은영-임보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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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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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에게 발견돼 캐나다인에게 키워졌다 일본에 사는 한국인과 살았던 고양이답게, 유메는 모든 장벽을 부드럽게 뛰어넘어 미애의 꿈에 찾아왔다. 인간이 된 유메는 마음껏 닭고기를 먹고 미애와 여행을 하고 바닷가에 가 고양이들도 만났다. 이 사람의 손에서 저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듯 유메는 고양이와 인간을 넘나들며 미애의 꿈에 찾아와 미애를 위로했다.
까맣고 말랐던 새끼 시절, 잠든 미애의 가슴에 올라와 한없이 여린 숨결로 미애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그 밤들처럼. (김멜라-유메노유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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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일기>는 윤주가 실종된 것인지 유기된 것인지 모를 집고양이를 길에서 발견하고 데려와 잠시 임시 보호하며 새 주인을 찾아주기까지의 이야기다. "천성이 다정한" 고양이는 아이가 없는 어느 부부에게로 입양이 결정된다. 웬만하면 신혼부부에게는 입양보내지 않았겠지만 부부 중 아내가 키우다 고양이별로 보낸 만두가 임보 중인 고양이와 아주 닮아 있음을 윤주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 끝이 어떨 것일지를 다 알면서도, 다시 시작하려 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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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가 있는 집>은 결혼을 앞둔 지나와 유성이 신혼집을 알아보면서 시작한다. 둘이 살기엔 조금 좁아보이지만 지나의 고양이 쿠키가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지나는 테라스가 있는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한다. 어느 날 청첩장 제작 작업을 하던 중 유성이 살짝 열어둔 현관문 사이로 쿠키가 빠져나가고 지나는 쿠키를 잃어버린다. 지나가 쿠키를 찾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결혼 준비는 유성의 손에서 착착 진행되고, 지나는 어쩐지 미심쩍은 마음에 유성과 파혼하고 쿠키를 찾는 데 열과 성을 다한다. 마침내 지나에게로 "거짓말처럼 쿠키가 돌아왔"고, 신혼집으로 찾아둔 테라스가 있는 그 집은 지나 혼자 들어가게 된다. 지나의 예상대로 쿠키는 "테라스 산책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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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바다>는 백설이 작은 마을 모요를 벗어나 세상으로 나가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두 눈은 미묘하게 틀어져 시선이 어긋나 있었고 진담과 농담을 구분하지 못"하는 설이는 "아이큐가 72였지만, 셈은 잘했"고 "매사에 그저 기뻐하기만"하는 아이다. 정말 백설공주이기라도 한 양 동물들로부터 사랑받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 자연재해로 엄마와 아빠를 차례로 잃은 설이는 "아빠가 오는 걸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장소인 모요시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징수원으로 일한다. 모요시는 점점 쇠락하고 주민들은 하나 둘 터전을 떠나는 와중 설이만이 오롯하게 모요시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 모요와 타도시를 오가는 화물트럭기사 무운은 죽어가는 설이의 앞날을 걱정하는 상점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서 문득 설이가 신경쓰이기 시작한다. 무운의 도도한 고양이 파스칼이 설이에게 무척 관심을 보이기도 해서 더 마음이 쓰인다. 무운은 기다리지만 말고 더 먼 바다로 직접 아빠를 찾으러 가라고 설이를 설득해 함께 모요를 떠나기로 한다. 무운의 고양이 파스칼의 이름을 보고 수학자 파스칼이 떠올랐다. "인간은 나약한 갈대에 불과하자만, 그것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던 수학자 파스칼은 저서 <팡세>를 통해 기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연약한 인간의 실존에 대한 여러 사유의 결과를 적어 남겼다. 소설 안에서 어쩐지 신비로운 존재로 그려지는 파스칼은 일종의 신의 눈이었을지 모르겠다. 아무에게도 쉽게 안기지 않는 파스칼이 설이에게 가까이 가 친근하게 구는 양은 신이 설이를 모험을 시작하는 프로타고니스트로 선택하는 순간처럼 읽혔다면 과잉 해석일까. 심지어 무운(武運?ㅋㅋ)을 동행시키기까지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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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부른다>는 언니를 비명에 보낸 동생 심유선의, 고양이 '그림자'를 향한 독백이다. 길고양이를 돌보던 언니 유진은 유선에게 종종 고양이의 보은에 대해 말해주곤 했다. 어느 날 유진의 동네에 고양이를 학살하고 다니는 사람이 나타났고, 유진은 살인마의 대상이 곧 사람으로 바뀌리라는 예상을 한다. 유진과 유선은 서로에게 항상 조심할 것을 당부하고 유진은 고양이가 물고 온 사람 손가락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선은 그것이 언니의 과장이라 생각하고 넘기지만 얼마 뒤 유진은 정말로 여성표적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된다. 유선은 언니의 사망을 받아들이지 못해 '그림자'를 향해 소원을 빈다. 강남역 화장실 여성표적살인사건을 연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바로 며칠 전엔 부산 돌려차기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이야기가 그저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여성 혐오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현실과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점이 공포스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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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덤한 식사>는 범백으로 친구와 가족을 모두 잃은 뒤 혼자 살아남은 장수를 먼저 고양이별로 간 형제가 관찰하는 시점으로 진행된다. 운좋게 동물병원 테크니션의 눈에 띄어 감염병 사이에서도 의연하게 살아남은 장수는 회복 뒤 동물병원의 고양이가 된다. 숙식의 대가는 같은 혈액형의 고양이들에게 피를 나누어주는 공혈묘가 되는 것이다. 황량한 길거리보다야 안락한 실내 생활이 안전하고 평화롭지만 씁쓸하게도 길고양이에게 안정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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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는 동경을 품고 예술동아리에 입회한 대학 신입생이 단편영화 <토이카메라>의 촬영 현장에서 뜻하지 않게 피사체가 되어버리는 공포스러운 성적대상화 경험의 순간을 묘사한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부조리와 압박, 강압적인 디렉팅, 무례한 스탭들, 가장 큰 고생을 치렀으나 투명인간처럼 배제되는 여자배우까지... 고양이와 금붕어의 희생은 바쁜 현장 스탭들에게 고민할 가치도 없는 일이며 소설 중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나'의 취급은 그 고양이와 금붕어와 크게 다르지도 않다. 약자에 대한 처우는 금붕어나 고양이나 여성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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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 한 병>은 남편과 아이의 수발을 들다 비로소 꿈을 찾아 한적한 산골로 들어와 살고 있는 '나'의 생활을 그린다. '나'가 잠시 살고 있는 레지던스의 주인 하선씨의 마당에는 길고양이 얌이가 신세를 지고 있다. '나'는 얌이의 느긋한 모습을 보며 남편에게 걷어 차여 죽은 '네로'를 잠시 떠올리기도 한다. '나'는 하선씨와 얌이와 일상을 공유하며 기운을 회복한다. 부디 '나'가 남편에게로 돌아가지 않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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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노유메>는 사람이 된 고양이와 그의 집사 미애의 이야기다. 어느날 갑자기 인간이 된 유메로 인해 미애의 일상은 즐겁기도, 당혹스럽기도 하다. 미애는 유메를 인간 세계에 적응시키려 애쓴다. 고양이임을 잊지 않으려고 항상 검정색 털코트를 입는다는 유메를 위해, 미애는 봄에 입을 검정색 털조끼를 사오지만 유메는 미애에게 봄에는 자신도 "죽은 고양이들이 사는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고 알린다. 집사가 죽은 고양이를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것처럼 죽은 고양이도 남겨질 집사를 애틋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인간과 고양이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점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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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령이백>은 저승 '반려동물 영혼 회수반'에 갓 입직한 신임 차사 '초짜'의 분투기다. 차사들 사이에서는 주인들의 살뜰한 애정으로 200년이나 살아버린 고양이 '묘령이백'이 골칫거리다. 순리를 거스르고 있으니 묘령이백의 영혼을 회수하기는 해야 하는데 "묘령이백의 기계 몸이 호랑이도 제압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너무 오래 산 탓인지 정말 요물이 다" 되어 도무지 저승으로 가자는 설득이 안되기 때문이다. 생전 수의사였던 초짜는 묘령이백을 만나기 전 인턴십 개념으로 죽은 반려동물들의 영혼을 회수하러 다니는 일을 담당하는데 회수할 때마다 안쓰러움에 울고불고 난리도 아닌 지경이다. 하물며 '요물' 묘령이백 앞에서야 오죽할까. 선임 차사는 그러려니 하는 태도로 다시금 회유를 시도해 보지만 애초에 묘령이백을 오래 살게 한 첫번째 주인이 그였으므로 하등 소용없는 행동일 뿐이다. 아마도 선임 차사는 묘령이백이 묘령삼백, 묘령오백이 되더라도 삼도천을 건너게 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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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 캣샵의 비밀>은 곳곳에서 고양이들이 사라지며 시작한다. 고양이들의 대거 실종은 CCTV에조차도 잡히지 않는 미스터리다. 은하의 고양이 체다도 마찬가지로 실종되었고, 은하는 열심히 체다를 찾던 중 기묘한 고양이용품 가게에 들르게 된다. 놓고 나온 전단지 뭉치를 되찾으려다 다수의 고양이가 가게의 뒷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은하는 그들을 따라간 결과 체다를 만난다. 체다는 고양이별에서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지구에 파견한 고양이들을 데리고 고양이별로 막 돌아가려던 참이었고, 은하와 따스한 마지막 인사를 나눈다. 소설의 처음은 고양이들이 집사와 만나는 다수의 일반적인 순간을 묘사하며 시작했는데, 소설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지구에서의 임무를 모두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의연히 고양이별로 복귀하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끝나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