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5 청담 프렌치 레스토랑, 레스쁘아 뒤 이부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아름다운 뷰의 입구.

 

레스쁘아 뒤 이부는 2008년, 임기학 셰프가 청담에 차린 프렌치 비스트로노미다. 정통 프랑스 음식을 서비스한다. 

봄에 왔다면 푸릇푸릇한 유럽풍의 테라스 좌석을 예약했을텐데.

실내로 들어가니 흰 순면 식탁보가 깔린 작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은 것이 정말 유럽스러웠다. 

 

 

아뮤즈 부쉬로 무슨무슨 크림을 얹은 슈와 따뜻한 바게트.

사해소금이 들어간 트러플 올리브오일, 가지 토마토 대파 스프레드, 앤쵸비를 넣은 코코넛 스프레드까지 세 가지의 발라먹을 것이 나왔다. 

언제나 소금파인 나는 역시 소금+트러플 올리브오일이 가장 입에 맞았다.

슈는 무슨무슨 크림인지 기억해내고 싶은데 기억이 안 난다. 크림을 미리 채워둔 건지 슈가 조금 눅눅해서 섭섭했다. 

서버께서 목소리가 너무 작았는데 더 크게 말해달라 하기는 좀 머쓱했다.

 

 

시그니처 메뉴인 양파 스프.

그뤼에르 치즈, 에멘탈 치즈로 그라탕하여 셰리와인과 브랜디를 첨가했다고 한다. 

솔직히 여태 먹었던 양파 스프 중에 제일 향긋하고 맛있긴 했다. 

바게트 찢어서 함께 먹으니 정말 존맛탱이.

 

 

첫 번째 앙트레 중 흰 접시.

브라운 버터로 익힌 가리비 관자와 뿌리채소 4종, 완두콩 프리카세.

얇고 동그랗게 저며진 채소는 왼쪽부터 순무, 당근, 감자, 비트이고, 관자 위에 건조 캐비어 슬라이스가 올라갔다. 자잘한 조각의 채소는 양배추라고 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맨 위의 시들한 풀때기는 뭔지 모르겠다.

채소가 적당히 익어서 씹는 맛도 좋았고, 버터에 구운 관자가 너무나 부드럽고 맛있었다. 채소와 관자를 세트로 먹어야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다 따로 먹었더니 다 제각각의 맛이 났다. ㅠ 그래도 맛있었음!! 곁들여 나온 가리비 내장은 비렸다. 나는 원래 내장파가 아니므로. 

브라운 버터는 버터를 뜨거운 팬에 천천히 익혀(최고 140˚C) 갈색을 띠고 고소한 헤이즐넛 향이 날 정도가 된 상태의 버터이다. (출처 네이버 페랑디 조리용어 사전)
프리카세(fricassee)는 프랑스 조리용어로 닭고기, 송아지, 양고기 등을 잘게 썰어 버터에 살짝 구운 다음, 야채와 같이 끓이고 화이트 소스(white sauce)와 함께 먹는 요리를 말한다. (출처 네이버 두산백과)

 

첫 번째 앙트레 중 검은 접시.

치킨과 버섯 무슬린을 켜켜이 쌓아 구운 밀푀유. 

버섯도 네 종류였는데 잎새버섯, 새송이버섯, 목이버섯..밖에 생각이 안 난다. 어휴. ㅋㅋ 아무튼 버섯 향긋하게 잘 구워졌다. 잎새버섯이 특히 맛있었다. 아래에는 단호박 퓨레와 시금치 퓨레가 깔렸다. 무척 부드럽고 살살 녹는 맛. 

무슬린(MOUSSELINE)은, 무슬린이라 불리는 얇은 면 거즈 천으로 싸서 익힌 짭짤한 또는 단맛의 무스를 가리킨다. 또한 이 명칭은 마요네즈나 홀랜다이즈소스에서 파생된 소스, 곱게 간 크넬용 혼합물, 비스퀴 반죽, 감자 퓌레 등 부드럽고 섬세한 질감을 강조하는 음식에 붙이기도 한다. (출처 네이버 그랑 라루스 요리백과, 강현정, 김미선)

 

 

 

두 번째 앙트레 중 검은 접시.

버섯 폼 소스와 위에는 토마토 젤리를 얹고 에스카르고로 속을 채운 페스트리.

부드럽고 풍성한 식감의 버섯 소스가 훌륭했고, 토마토젤리 식감도 독특했다. 

 

두 번째 앙트레 중 흰 접시.

한우 홍두깨살 타르타르, 참숯으로 훈연한 아이올리와 레몬 파마잔 크루통. 

만가닥 버섯 머리만 자른 것과 마리네이드한 토마토를 올린 한우 타르타르. 빵이 눅눅해서 슬펐다. 바삭하면.. 좋았을텐데..

 

 

 

메인 나올 때가 되니 나이프가 라귀올로 바뀌었다. 써보니 좋은 것 같아...

 

메인 중 흰 접시.

올리브오일에 마리네이드한 양 등심과 안심, 양 엉덩이살로 채운 라비올리. 

가니쉬로 적채 퓨레와 바질, 민트, 또 뭐랬더라.. 아무튼 뭘 섞은... 저게 향긋했고 양고기는 잡내가 좀 났다. 그리고 너무 익힌 식감이라 푸석한 느낌이었다. 라따뚜이를 기대했는데 라비올리가 나와서 아쉬웠다. 메뉴가 바뀐 건지, 당일 사정에 의해서 대체 요리로 나온 건지...? 

또다른 시그니처라는 오리 가슴살 요리나 먹어보고 싶던 광어 필렛 요리를 주문할 것을 그랬다. 

 

메인 중 검은 접시.

버터에 포치한 랍스터와 숭어 무슬린, 낭뚜아 소스와 랍스터 비스크.

랍스터가 무척 고소하고 맛있었고, 질기지도 않고 비리지도 않았다. 크기가 커서 좀 걱정했는데 짱맛. 이 집 해산물 요리를 잘하나봐...

가니쉬로 레몬 드레싱을 얹은 줄기콩하고 아스파라거스가 나왔는데 이건 추가해서 먹고 싶었다. 역시 잘하는 식당은 채소 요리가 진짜 맛있음...

낭뚜아 소스(Nantua Sauce)는 프랑스 낭트 지방에서 유래된 것으로 백포도주 소스에 아메리칸 소스를 첨가한 소스로 갑각류에 많이 이용된다. 요즘은 새우요리, 바닷가재 게살요리에 곁들이는데 소스 색을 내기가 어렵다. (출처 네이버 The Sauce, 최수근, 조우현, 김동석)
비스크(BISQUE)는 갑각류 해산물의 껍데기와 자투리에 양념 재료를 넣고 익힌 뒤 화이트와인과 코냑을 넣어 향을 내고 생크림을 넣어 만든 걸쭉한 국물로 주로 수프를 만들 때 사용한다. (출처 네이버 그랑 라루스 요리백과, 강현정, 김미선)

 

 

 

디저트로는 하나는 상큼하게 코코넛 소르베와 레몬 머랭, 망고 패션후르츠를, 하나는 달달하게 크렘 브륄레를 주문했다.

앞선 메뉴들이 죄다 한국인 입맛엔 짠 편이라 상큼한 게 먹고 싶었고, 프렌치 식당에 왔으니 나머지는 당연히 크렘 브륄레로. 

맨 아래는 코코넛 밀크 푸딩처럼 퐁신한 식감의 소르베가 깔려 있었고 과일이 많고 전체적으로 새콤해서 입가심이 되었다. 크렘 브륄레는 맨 위에 레몬 소르베인가? 아무튼 상큼하고 시원한 맛이었고, 과일 절임 같은 건 뭔지 모르겠다. 좀 많이 달긴 했다. 위에 설탕 코팅 숟가락으로 깰 때가 제일 좋음. ㅋㅋ 

 

따로 커피나 차가 제공되지는 않는데, 아무래도 한국인으로서는 식사 후에 아아로 싸악 내려줘야 하기 때문에...

나가던 길에 카페가 있으면 아아를 사서 가려고 했는데 버거킹 밖에 없어서 버거킹에 갔다.

버거킹 가서 아아까지 마시니 비로소 식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