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8 서촌 바 참 Bar Cham

아시아 베스트 칵테일바 50선 중 28위라는 서촌의 참 바(Bar Cham)에 다녀왔다. 한옥을 개조한 공간에, 전통주 베이스로 만든 창작 칵테일을 제공한다. 왕창 마시고 왔다.
정말 우연하게도 최근 가고 싶은 가게 즐겨찾기 리스트에 프렌치 레스토랑 메종조를 추가했는데, 여기에서 메종조 샤퀴테리를 서비스하고 있어서 약간 운명의 데스티니를 느꼈다. 안주는 당연히도 메종조 샤퀴테리. 후후...
선택한 칵테일은 이러하다.

@디.엠.비 D.M.BEE
(양조학당 보리소주 애 + 생제르맹 + 레몬 + 계란 흰자 + 꿀)
연천 DMZ에서 자연 상태의 벌로부터 모은, 무슨무슨 귀한 꿀이라 많이 채취할 수 없는 고오급 꿀이라고 했다. 벌꿀집 모양 초콜릿에 꿀 원액을 세 방울 얹어준 가니쉬가 몹시 귀여움.

@함안 펀치 Haman Punch
(돈 훌리오 블랑코 데킬라 + 탈리스커 위스키 + 브랑카 멘타 + 수박 + 라임 + 파인애플 + 시나몬)
블랑코 데킬라 베이스와 라임이 있어서 최애 칵테일 마가리타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훨씬 파워풀하고 쨍한 맛이었다. 수박을 얼려 한 덩이 올려줬다. 함안 지역과 콜라보레이션 했을 때 이벤트성으로 만들었던 무난한 칵테일인데 온고잉으로 판매하려고 레시피를 다듬어서 낸 메뉴라 했다. 이 가게의 칵테일치고 몹시 무난한 맛이었지만 상큼해서 취향 저격함.

@충주김밥 Chungju Gimbap
(토끼소주 블랙 + 막걸리 + 와사비 + 오이 + 레몬 + 참기름)
여기서 먹은 칵테일 중 단연 특이한 맛. 단무지와 오이김밥의 맛과 고소한 참기름 향을 칵테일에서 맛볼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다. 김밥을 연상시키는, 검고 긴 잔에 서빙해주신 부분도 위트있다. 왜 충주냐면, 토끼소주 양조장이 충주에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 절묘하게 '충무김밥'을 이용한 말장난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재미있다.

@함양 Hamyang
(기버터 워싱한 솔송주 담솔 + 코리안 애플 브랜디..? 추사인듯 + 아일라 위스키 + 레몬 + 생강)
솔방울 태우는 퍼포먼스로 유명한 이곳의 시그니처 중 하나. 자주 태워서 그런지 가게 안에도 살짝 매캐하고 포근한 냄새가 난다. 솔방울도 다 함양에서 공수해오는 건지 궁금하다. 바로 물어볼걸...

@송편 Songpyeon
(풍정사계 동 + 사곡양조 왕율주 + 레몬 + 생강 + 시나몬 + 참기름 + 우유 + 쑥 + 초콜릿)
들어가는 재료를 보면 이렇게 투명한 술이 되어 나오는 게 신기한 메뉴.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여러번 걸렀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정말 고소한 밤송편의 맛이 남.

@제주 네그로니 Jeju Negroni
(둥굴레와 건조 귤 껍질을 인퓨징한 제주 고소리술 + 캄파리 + 베르무트 로쏘)
네그로니를 고소리술 베이스를 사용해 제주 스타일로 재해석한 메뉴라 한다. 네그로니가 흔한 칵테일이지만 나는 마셔본 적 없는 술이라 원조의 맛은 모르겠다. 쌉쌀하고도 상큼한 향미가 일품.

@만추 Late Autumn
(추사 + 아몬티야도 + 노치노 + 버섯을 인퓨징한 베르무트 + 버섯 가죽)
조금 더 추워질 때에 마시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쌍화차 같은 풍미의 부드러운 술.

@금산 Guemsan
(금산 인삼주 + 노치노 + 꿀 + 헤비 크림 + 계란 노른자)
만추와 같이 시킨 술. 두 메뉴 모두 호두술이 들어가서 부드러운 단 맛이 공통적인데, 만추는 차와 같이 맑고 개운하다면 금산은 (재료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듯) 크리미하고 묵직한 편이다. 호두마루에 우유와 인삼주를 섞으면 이런 맛이 날 것 같다. (아님) 이 날 마셔본 메뉴 중 플레이팅이 가장 마음에 드는 술.

@삼양춘 생약주
서비스로 받은 술. 쌀로 빚은 화이트와인.

@원주 Wonju
(모월 인 + 메즈칼 + 옥수수 크림 + 후추 + 옥수수수염 + 계란 노른자)
데킬라를 좋아하니까 메즈칼도 먹어보고 싶어서 주문한 건데 순서가 조금 에러였다. 메즈칼의 기운은 잘 안 느껴졌음. 금산처럼 노른자가 들어가 부드럽고 크리미했던 메뉴. 너무 연이어 비슷한 걸 마신 게 아닌가 싶지만 맛은 무척 다르다. 옥수수 수프맛 술인데 첫 입 마실 땐 위에 두 방울 떨어뜨린 고추기름 맛이 더해져서 살짝 매콤한 풍미가 있다. 고추기름 두 방울과 구운 옥수수 플레이팅이 너무 귀엽다.

@명동콜링 Myeongdong Calling
(토끼소주 선비 진 + 피노 셰리 + 유자 + 라임 + 파인애플 + 중국간장 + 시소잎)
코로나로 명동 거리에 관광객이 팍 줄었는데 다시 활기를 띠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메뉴라고 한다. 중국간장과 일본에서 많이 쓰는 식재료인 시소잎을 사용한 이유다. 의외로 간장 맛은 전혀 안 느껴지는 상큼한 맛이었다.

@보해나 비스타 소셜 클럽 Bohaena Vista Social Club
(보해양조 15년 숙성 매취순 + 복분자주 + 토닉워터 + 스파클링 와인 + 오이 + 베리 + 방아잎)  
이번엔 방아잎이 가니쉬로 올라간 메뉴. 이름이 웃기고 귀여워서 선택했다. 무난한 스파클링 베리 와인 같은 맛.

@담양 두번째 Damyang No.2
(죽력고 + 피노 셰리 + 베르무트 비앙코 + 하동 홍차 + 비터스 + 목이버섯)
담양의 명물이자 대나무 증류주인 죽력고 베이스여서 전반적으로 싸하고 상쾌한 대나무향이 훌륭하다. 목이버섯이 들어있는 비주얼이 흥미롭다. 술맛이 깔끔해서 떡갈비 같은 안주와도 어울릴 것 같았다. 역시 담양 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