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11 미주류, 보드게임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이야기.
N의 집에서 Y와 오랜만에 셋이 모였다. N의 집에 가면 좋고도 괴로운 것이 고양이의 존재.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내가 이름을 지어주었던 두 고양이는 애석하게도 고양이털 알러지가 심한 나에게 행복과 고통을 동시에 선사한다. 심지어 그 중 하나는 인간에게 사교적이기까지 해서 더욱 그렇다.
어쩔 수 없이 비염약을 먹었다. 비염약을 먹으면 술을 마실 수 없다. N의 집 근처에 생긴 힙한 분위기의 술집에서 저녁 겸 반주를 했는데 낮에 생리통약을 먹었다는 Y가 괘념치 않고 술을 마시기에 나도 약간 맛은 보았다.  

 

대표메뉴 청어알과 두부.

꽈리고추튀김이 아주 맛있던 등심튀김.

N의 집으로 돌아와서는 보드게임 파티를 열었다. 요즘 N이 보드게임에 상당히 심취해 있어서 게임이 많았다. ‘페이퍼 사파리’, ‘타코 캣 고트 치즈 피자’, ‘포켓팜’, ‘세트’, ‘할리갈리컵스’, ‘워드 캡쳐’, ‘부루마블’ 등을 했고, 나는 집에 두었던 보드게임 ‘도블’을 N의 집에 기증했다.
야식으로 꼬치를 시켰는데 가격에 비해 양이 개코딱지만큼
와서 모두의 공분을 샀다.

 

이튿날도 보드게임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나는 ‘지도 제작자들’이 꽤 재미있었고, 보드게임 과몰입 세계관에 슬쩍 발을 걸친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게임을 할 때마다 펼쳤다 접었다 주섬주섬 정리하고, 부속품을 꼼꼼히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미치자 게을러터진 내 생활습관이 스르르 떠오르며 자연스럽게 구매 욕구에 제동이 걸렸다. 역시 난 PC게임 체질인가.

 

처음엔 다소 헤맸으나 한 판을 하고 나니 (이 때는 N 승리) 제법 익숙해졌다. 두 번째 판은 조금 더 어렵도록 황무지가 포함된 시트로 했고 내가 이겼다. 후후... 칙령 카드를 미리 잘 확인했어야 했다는 것을 우리는 조금 늦게 깨달았다. N의 집이 가깝기만 했어도 더 자주 갔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