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4주차 보드게임] 붉은 대성당, 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2판, 러브레터,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마운틴 고트, 르네상스의 거장들, 본파이어 빅박스,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

9월 25일 ~ 10월 1일
 

이스케이프 플랜을 연습하려고 룰북을 읽다가 너무 뭐가 많아서 포기했다. 하 ... 곧 재도전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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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대성당

오랜만에 돌려보는 '붉은 대성당'. 그런데 이전에 내가 약간 에러플한 부분이 있었음을 모임에 와서 하면서 깨달았다. ㅋㅋ

게임판이 작고 예뻐서 또 다시 갖고 싶어지는데 요즘 러시아의 행보가 영... 저 게임의 작가의 다음 작품이 영... 역시 구매는 보류한다. 모임원들의 게임 실력이 나보다 월등해서 무슨 게임을 하든 내가 항상 꼴찌를 도맡는 편인데 '붉은 대성당' 두 번째 판에서는 뜻밖에도 압승을 거뒀다. 어리둥절.. (대충 지현우 대상짤)

모임원 한 분이 약간 에러플을 하시는 바람에 원래 실력에 비해 한참 점수가 못 미쳤는데, 기분이 조금 상하신 것 같아서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새삼스럽게.. 보드게임 하면서 나만큼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네. 물론 게임에서 항상 지는 게 즐겁지는 않지만 아직 내가 초급자라 그런지 다양한 게임을 경험해보는 것 자체에 더 의의를 두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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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웨스턴 트레일 2판

내가 가져온 게임이라 룰마를 맡게 되었는데 부담감에 토할 뻔했다. 어젯밤부터 룰북 다시 정독하고, 모임 오기 직전까지도 집에서 계속 설명 연습하고. ㅋㅋㅋ 그런데 막상 게임을 시작하니 질문이 빗발쳐서 연습한 흐름대로는 설명하지 못했다. 모임원들도 게임에 도가 튼 사람들이라 띄엄띄엄 설명해도 이해가 빠르시더라고. ㅋㅋㅋ 비등비등하게 모임원들이 1,2등을 나눠가졌고 역시 내가 꼴찌....^^....였지만 두 분이 게임을 재밌어 하셔서 나도 무척 만족스러웠다. 가져오길 잘했군. 약간의 인터랙션이 있긴 하지만 각자 알아서 소를 모으고, 잘 팔고, 점수 잘 내고 하는 게 더 중요하다보니 빈정상할 요소도 적고 꽤 내 취향에 부합하는 게임이었다. 1인플과 플레이 체감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해서 의아하기도 하다. 

마치 게임의 등수처럼... 나란히 출발선에 서 있는 두 모임원들을 아련히 바라보는 나의 미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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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

약간의 시간이 남아서 모임원 한 분이 가져오신 '러브레터'를 했다. 간단하면서 재미있었고 신경전의 과정이 아주 아주 흥미진진했다. 경비병으로 원샷원킬할 때의 쾌감이란....! 무척 재밌었지만... 일본 제작 게임이라 구매 의사는 없다. 

오늘의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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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어제 모임 후 밤늦게 귀가해 바로 황희찬과 손흥민의 축구 경기를 연달아 보고 기절했다.....가 두 시간 조금 안되게 자고 일어나서 나왔다. 북런던더비 개 꿀 잼....

N과 보드게임을 하기로 했는데 주말이라 오후 1시부터는 종일권이 시간권이 된다기에 아침 8시부터 만나기로 한 것. ㅋㅋㅋㅋ 아침밥에 커피까지 여유롭게 마시고 8시에 정확히 만나 그오호부터 조지기로 함.

손님 맞이가 이렇게나 빡센 일이었나...? 행동 턴은 너무나 모자라고, 테이블에 앉은 손님 대접하랴, 호텔 방문 열어드리랴, 황제 트랙 점수 모으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직원을 고용해야 좀 수월해질 것 같은데 턴이 아까워서 자꾸 딴짓만 하다보니 그것도 여의치 않고... 룰은 간단한데 이렇게나 빡셀 일인지..? 마치 아그리콜라의 굶주림을 노동력 버전으로 치환한 것 같았다. 흑흑... 너무 재밌고 짜증나.... ㅠㅠ 심플하고도 수싸움이 치열한 괜찮은 전략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아이콘의 가독성이 너무 떨어져서 룰북을 자꾸 참조해야 하는 점이 불편했다. 약간의 디자인 개선이 필요한 듯하다. 새 버전으로 나온다면 구매 의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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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 고트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라 플레이했는데 예상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주사위를 굴려 눈금 합을 다양하게 조합해서 쓴다는 점이 흥미로웠지만 턴이 빨리 돌아오는 것에 비해 메커니즘은 반복적이라 나중에는 조금 지루했다. 

귀여운 염소 미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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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의 거장들 : 위대한 로렌초 - 카드게임

'위대한 로렌초'의 하위 호환 버전이고, 좋아하는 작가인 시모네 루치아니의 게임이어서 안 그래도 해보고 싶던 게임인데 N이 하도 재미있다고 해서 플레이했다. 메디치 가문이 득세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소상공인 유력 가문의 구성원이 되어 가게를 경영하고 교황께 눈도장을 찍으며 도시에서의 입지를 키워가는 내용이다. 구슬을 굴려서 그에 맞는 자원을 가져가는 설정이 재미있었고, 한정된 공간 안에서 엔진 빌딩으로 자원과 기회를 늘리는 동시에 틈틈이 종교 점수인지 신앙 점수인지도 신경써서 모아야 한다는 점이 꽤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팅과 정리에 편리한 트레이도 만족스러웠다.

다만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게 아닌데 왜 '거상'이 아닌 '거장'으로 명명했는지가 일단 의아했다. 영문 타이틀은 'Master'라고 표현했는데 그럼 '거상'으로 번역했어도 되지 않았을까 의문이 남는다. 플레이하는 동안 테마가 잘 살아있다고는 느끼지 못했다. 조금 더 플레이가 복잡했다면 재밌었을 것 같은데 이건 본 게임인 '위대한 로렌초'로 해소해야 하겠다. 이 게임은 입문용 전략게임으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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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파이어 빅박스

보드카페에서 오후 1시를 금방 넘겼고, 점심 먹고 들어와 다시 게임 시작!

'본파이어'가 남의 후기에서 볼 땐 너무 못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세팅해 놓으니 꽤 괜찮게 느껴졌다. 심지어 사진으로 찍으니 쨍하고 영롱해서 무척 예뻐보인다.ㅋㅋ 아무튼 첫 세팅이 참 정신없었는데 다 해놓고 보니 별로 어려울 것은 없었다. 요란뻑적지근한 비주얼에 비해 박스는 많이 크지 않은 점도 흡족했다. 할 수 있는 행동이 워낙 많아서 첫 턴에는 뭐부터 해야 할 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보드카페 사장님이 설명을 잘해주셔서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첫 플에는 카드와 아이콘을 확인하기 위해 룰북을 계속 들여다봐야만 했다.

'본파이어'는 도시민들에게 실망한 빛의 수호자가 성스러운 화톳불을 내버려둔 채 사라지자 우리 노움 부족들이 어둠에 잠긴 세상을 밝히려 빛을 되찾고자 힘써 나간다는 테마다. 바다를 탐험해 받아온 과업을 수행하고, 화톳불과 차원문을 연결해 수호자를 모시며, 엔진 빌딩으로 자원과 타일을 모으는 등의 행동으로 최대한의 점수를 내는 것이 목적이다.

모험과 퍼즐 요소도 살아있고, 테마성도 잘 느껴졌다. 남의 후기를 보면 테마가 잘 안 느껴진다는 평이 많은데 나는 오히려 '본파이어'의 판타지 세계관에 몰입이 잘 되었고 이 요상한 행동들과 설정이 무척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펠트는 "턴마다 하는 결정은 반드시 의미있어야 한다"고 말했다는데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무척 이해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의 의사 결정이 플레이 흐름에 무척 유의미하게 작용하기에 점수를 잘 내고 싶다면 허투루 대충 놓는 수는 있을 수가 없다. 펠트 게임 중 '버건디의 성'이 가장 유명한 것 같은데 나는 '본파이어'가 훨씬 재미있었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새 제품을 구입했다. 복잡하고도 전략적인 훌륭한 포인트 샐러드 게임. 

심플하던 개인보드가

게임 끝물에 가면 이렇게나 화려해진다.

개인보드의 자원과 행동요약표 겸 타일보드.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예쁘다.

몹시 화려하고 예뻐서 또 사진 추가.

과업을 수행해 성스러운 화톳불에 모인 수련자들.

노움 카드들을 모으는 엔진 빌딩도 중요하다.

나의 53점과 N의 50점. 수호자들이 우리를 응원해주는 것 같아 몹시 귀엽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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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낙의 잊혀진 유적

모험 3일차, 바다를 헤매다 겨우 도달한 곳은 미지의 섬 아르낙이었다!....는 테마다. 직전에 복잡한 게임을 해서 그런지 '아르낙'은 쉬우면서도 어쩐지 텅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일단.. 수행해야 하는 행동에 비해 게임판이 과하게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깊고 먼 곳으로 모험하는 설정이어서인지 게임판이 광활한 것 같은데 그저 세팅과 정리가 번잡하게만 느껴졌다. 일러스트가 별로 예쁘지 않아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두 명의 탐험가로 플레이하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 너무 적기도 하고, 자원이 항상 너무 모자라고, 덱 빌딩이 중요한데 카드 기능도 썩 괜찮게 뽑히지 않는 것 같고... 여러모로 마음에 안 드는 요소가 한가득이었다. 공포카드(신발기호)를 돌칼로 만들어주는 조수가 무척 유용했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한 번쯤 3인 이상 모임으로 플레이 해보고 싶은 의향은 있지만 보드게임 입문할 무렵 무척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었던 걸 생각하면 기대에 비해선 시시했다는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