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주차 보드게임] 태양신 라, 테라포밍 마스,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윙스팬, 사그라다, 라크리모사, 글래스 로드

10월 9일 ~ 10월 15일


그랜드 오스트리아 호텔
초보 전략 제2회 '테라포밍미플(이하 테포미)' 모임. 종로에 새로 생긴 보드카페에 가서 했는데 장소도 위치도 마음에 들었다. 종일권도 있다고 해서 자주 가게 될 듯하다. '그오호'를 첫 게임으로 시작했다. 룰 설명을 해주려고 전날 룰북을 다시 정독했더니 N과 2인플 할 때 꽤 에러플을 많이 했음을 알게 되었다. 한 번 해본 게임이라 에러플만 약간 교정하고 나니 수월하게 돌아갔다. 모임에 처음 오신 회원님도 우리와 비슷한 성향, 비슷한 수준인 것 같았고 금방 적응하셨다. N과 회원님이 박빙으로 선두를 달리다 근소한 점수차로 N이 이겼다. 나는 한참 멀리 떨어져서 한 바퀴를 채 돌지도 못함. ㅋㅋㅋㅋㅋㅋ 다들 나보고 어디 계시냐고, 안 보이신다고. ㅋㅋㅋㅋㅋ 마지막 노란 테이블 손님.. 굳이 왜 모셔왔을까. ㅠㅠ
'그오호'는 2인 베스트 게임이긴 한데, 내가 느끼기엔 2인플과 3인플의 감흥이 엇비슷한 것 같다. 여전히 황제 트랙은 테마와의 연관성을 잘 모르겠다. 전제군주 시절의 아우라가 강력해서일까. 왜 현대식 호텔 시스템에까지 황제 트랙이 개입하는지 잘 모르겠다. 

 

---

태양신 라
이번에도 내가 룰마를 맡았다. 이 카페에는 피아판, 오툴판이 다 갖춰져 있어 무척 기뻤다. 안 그래도 오툴 버전 아트워크가 무척 예쁜 것 같아 장바구니에만 내내 넣어두었고, 실물 보고 구입하고 싶었는데 이 곳에서 실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 한 판 돌려보고 바로 아마존에서 결제 갈겨버림. ㅋㅋㅋㅋ
인터랙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태양신 라'는 무척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일단 뽑기가 주된 행동이라 랜덤성이 강하고, 그럼에도 타일을 관리하는 개인 행동은 꽤 전략적일 필요가 있고, 태양 토큰이 돌아감으로써 나름의 균형치도 얼추 맞춰져서 괜찮았다. 컴포넌트와 아트워크가 너무 예쁜 건 말하면 입 아플 정도. 점수 계산을 외우는 게 은근히 헷갈리는데 오툴판은 개인보드에 점수참조표가 있는 점도 훌륭했다.
N은 내가 소개하는 게임의 영업 성공률이 아주 높은 편인데, 이번에도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했고 결국 구매까지 이어졌다. ㅋㅋㅋㅋ

라!

 

---

테라포밍 마스
N이 룰마가 되어 소개해준 '테포마'. 언제쯤 해보나 싶었는데 마침 모임에서 배울 기회가 있었다. 초반에 알아둬야 하는 게 꽤 많아서 복잡한가? 싶었는데 한 번 룰을 익히고 나니 에러플할 여지도 없이 룰이 심플해서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카드에 행동 내용이 다 써 있어서 추가적으로 외워야 하는 잔룰도 없었다.  역시 인기 게임은 인기 있는 이유가 있다니까.
적당한 견제, 적당한 협력, 적당한 전략을 모두 필요로 하는 전형적인 초중급 전략게임이었고, 모두의 만족도가 높았다. 1인플은 해보지 않았지만, 다인플로 하니까 타일도 더 많이 채워지는 것 같아 재미있었다. 나 말고 다른 두 분이 자기 턴에 생각을 오래하는 편이어서 약간 지루해질 것 같은 때도 있긴 했다. 속으로 다음엔 모래시계나 타이머를 가져와볼까 싶기도 했는데, 또 생각해보니 초급 전략 모임인데 야박하게 이 정도 시간 끌기도 안 봐주면 전략 게임을 어떻게 돌리나 싶어서 결심을 철회했다. ㅋㅋㅋㅋ 
카페에 있는 버전이 빅 박스라 예쁜(?) 피규어로 게임할 수 있어서도 좋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빅 박스라면서 본판은 따로 구매해야 한단다. 뭐.. 그런 빅 박스가 다 있지. ㅋㅋㅋㅋ 그런데 자꾸 생각이 나. '테포마' 다인플 또 하고 싶다..... 아트워크가 좀 더 예뻤다면 당장 구매하고 싶어 드릉드릉 시동 걸었을 것 같다. 

 

---

윙스팬
원래 예정한 세 가지 게임을 다 돌렸는데도 의외로 회원님이 더 게임할 수 있다고 하셔서 부랴부랴 뭐할지 찾아보다가 다같이 룰을 아는 '윙스팬'을 하기로 했다. 어제 실물 게임 안 돌려봤으면 큰일날 뻔. ㅋㅋㅋㅋ N의 에러플을 약간씩 잡아주는 걸 제외하고는 원활하게 돌아갔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뭔가 이상하다 싶더니 확장들을 다 합쳐둔 거여서 플레이를 리와인드 하고 카드를 분류하느라 정신없었다. 
커스텀된 모이 컴포넌트가 무척 귀여웠다. 따로 사진 크게 찍어올 걸 이제 보니 아쉽네. 모이통에 주사위 굴리는 소리를 무척 좋아하는데 여기는 모이통이 조립되어 있지 않아 대충 주사위 트레이에 굴려서 썼다. 
역시 벽겜답게 1인플이나 3인플이나 크게 감흥이 다르지 않았는데 그래도 여럿이 한다는 것 자체로 더 재미있다고 느꼈다. 역시 점수를 크게 내기는 은은하게 빡세다. 대체 70점 어떻게 넘기는 건데요.....

 

---

사그라다
'윙스팬' 종료 후 또 뭐할지 고민하다가 회원님이 '사그라다'를 해보지 않겠냐 제안해서 급 '사그라다'를 돌리게 됐다. 회원님이 룰마를 맡아주셨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조건에 맞게 주사위로 채우면서 목표 카드들도 최대한 달성하는 것이 룰의 전부라 금방 배웠다. 알록달록한 것이 눈이 즐거웠고, 쉬운데도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은은하게 생각을 필요로 해서 '게임하고 있다'는 감흥도 충분히 만족시켜줬다. 
아쉽게도 N과 내가 주사위 하나씩을 끝내 채우지 못했고, 회원님이 압승하셨다. 
오늘은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 45분까지 거의 9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모임을 진행했는데 빡세고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테포미' 모임 얼른 또 하고 싶다...

 

---

라크리모사
모차르트 사망 직후, 그의 아내 콘스탄체는 후원자들에게 편지를 쓴다. 후원자들과 동료 작곡가들의 도움을 받아 모차르트가 미처 다 쓰지 못하고 간 레퀴엠을 완성하고 싶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후원자들 중 한 사람이 되어 5라운드 안에 추억 기록, 작품 의뢰, 작품 연주 및 판매, 여행 등의 행동을 통해 모차르트와의 추억을 회고하고 그의 마지막 작품을 완성할 작곡가를 물색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실제로도 콘스탄체가 모차르트의 유작을 완성하려고 매우 노력했고, (게임 타일로도 등장하는) 아이블러나 쥐스마이어 등의 제자이자 동료 작곡가들이 레퀴엠을 함께 마무리했음을 상기하면 테마 구현은 아주 구체적이고 잘된 편이다. 모차르트가 첫 여덟 마디만 만들었다는 설도 있고, 부분으로 나눠서 대부분 완성한 걸 제자들이 정리만 했다는 설도 있고 레퀴엠 작곡 전반에 대한 내용은 뭐가 정설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곡을 틀어놓고 게임을 하면 더더욱 몰입이 잘 될 것 같았지만 나는 외부에서 플레이했기에 그건 불가능했다. 종종 룰 영상도 봐야 했으므로. ㅋㅋ
카드를 드래프팅하면서 개인판 위와 아래에 카드를 꽂아 행동을 결정하는 시스템이 (귀찮으면서) 독특했다. 슬리브를 끼운 카드라면 아주 조심스럽게 다뤄야만 한다. 잔룰이 적어 룰 숙지는 쉬운 편이었고 점수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한 편이다. 자원이 빡빡한 듯하면서도 여러 방법으로 대체도 가능해서 행동이 어렵지도 않았다. 아트워크가 예쁘고, 잠깐 클덕이었던 나에겐 테마도 확실히 와닿아서 좋았다. 
독주자 쉬카네더(오토마)와의 1인플도 꽤 엎치락뒤치락 재미있었다. 물론 진행 과정에서만 엎치락뒤치락하는 듯 착각했을 뿐이고, 나중에 점수 계산을 하다보니 쉬카네더가 엄청나게 앞질러갔다. 카드를 일일이 꽂고, 빼고 셔플도 해주긴 해야 하지만 오토마 행동을 크게 할 만한 게 없어서 편하고 괜찮았다. 마침 아스모디 세일이기도 했고, 플레이가 무척 재밌었기에 집에 와서 바로 결제를 갈겼다. 

 

---

 
글래스 로드
체코와 독일의 접경에 있는 바이에른 숲 속 '글래스 로드'는 18세기 무렵 유리 제조업의 메카였다고 한다. 플레이어는 네 번의 건설 주기를 거치는 동안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부지런히 유리와 벽돌을 생산해야 한다. 유리와 벽돌을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자원 수급이 필수적이고, 생산에 필요한 건물들도 고루 건설해야 한다. 
세팅이 심플한 것이 인상적이었고, 자원판의 시스템이 독특했다. 룰이 아주 쉬운 것에 비해 규칙서가 디테일하지 않아서 처음에 할 때는 다소 헤맸다. 건물들은 상시 효과, 즉시 효과, 점수 효과 건물로 세분화되어 있는데 개인판에 건물을 한 번 놓으면 다시는 움직일 수 없으므로 신중한 선택을 요했다. 자원과 전문가 카드, 건물 효과의 콤보를 잘 고려하면서 플레이 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생각을 깊게 하지 않는 나로서는 다소 어려운... ㅋㅋㅋㅋ 
1인 게임 규칙은 전문가 카드 수에 제한을 두면서 일곱 번의 주기를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는데, 별도의 오토마 행동이 없는 것이 아주 편안했고 방법이 쉬워서 좋았다. 하지만 점수 내기는 물론 어렵다는 점. 겨우 18점...을 냈는데 30점이 기준인 모양이다. 게임은 뭔가 터질 듯 말 듯하는 모호한 타이밍에 끝이 나서 조금 싱겁게 느껴졌는데, 오히려 그래서 다음 플레이를 기약하게 된다는 점이 묘하게 잘 짜인 듯했다. 
게임판에는 독일 최초의 국립공원이기도 한 바이에른 숲의 정경이 잘 그려져 있다. 전통적인 목재 구조물들과 성당의 일러스트가 무척 예쁜데, 규칙서에는 '플라우엔 성모 승천 교구 성당'으로 써 있어서 구글에 찾아보았으나 플라우엔에도 이와 비슷한 성모 승천 교회들이 여러개인 듯해 정확히 어떤 성당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규칙서에 테마와 관련된 상세 내용이 기술되어 있는 점이 아주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