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주차 보드게임] 알마 마터, 바르셀로나

10월 16일 ~ 10월 22일
 
 
이번주는 주말 출장이 있어서 보드게임을 많이 못할 것 같아 벌써 슬프다. ㅠㅠ
혹시 몰라 출장에 들고 가려고 '프라이데이'를 사두긴 했다. ㅋㅋㅋㅋㅋ
 

---

알마 마터
15세기 초 유럽, 장차 르네상스의 초석이 될 신흥 고등 교육기관들이 성장하기 시작하는 때다. '알마 마터'는 라틴어로 '모교'라는 뜻이라고 한다. 각 대학의 총장이 된 플레이어는 학생을 모집하고, 교수를 채용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학교를 부흥시켜야 한다. 
테마와 아트워크가 예뻐서 관심이 갔는데 2인부터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라 구매 고민만 하다 보드카페에 가서 직접 테스트 플레이를 해봤다. 세팅이 어렵지는 않은데 조금 손이 가는 편이었고, 박스 안 트레이가 아주... 아주 좋지 않았다... ㅋㅋㅋㅋ 이렇게 딱 맞다니....? ㅠㅠ 종이 재질 보드의 특성상 보관 중에 약간 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조금 모호하게 서술된 룰이 몇 가지 있었고, 잔룰도 많아서 첫 플레이할 때는 유의해야 하는 부분이 꽤 되었다. 한 번 룰을 익히고 나니 후반부 라운드 가서는 플레이가 매끄럽게 이어졌지만 초반 라운드가 다소 힘겨웠고, 룰마가 룰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기에는 중언부언이 되기 쉬울 듯했다.

전반적으로는 점수 먹을 요소가 다양하게 마련된 평화로운 게임이었다. 각자의 진열장을 채워서 본인 점수도 챙기고, 개인간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한 시스템이 독특했다. 나는 혼자서 2인플을 하느라 책장 가격을 올리지 않았는데, 다인플을 할 경우엔 책장 가격을 서로 올리는 데서 인터랙션이 크게 발생하고 자원 관리도 빡빡해질 것으로 보였다.

학생 타일이 인원수에 맞게 세팅돼 있고, 명성 점수로 교원을 얻는 과정이나 업적 타일을 달성하는 데에 순서가 상관없는 점은 특히 공평하게 느껴졌다. 견제 요소라고 해도, 교수 카드를 살 때 지불해야 할 전공서적 토큰의 종류와 순서를 먼저 산 사람이 결정하게 되는 점이라든지 누군가 선점한 행동칸에 들어가려면 먼저 들어간 플레이어보다 더 많은 교원을 들여보내야 하는 점이라 플레이 자체에 크게 타격을 주지 않는 정도로 마련되어 있다. 다만, 2인일 경우 그렇다는 것이지 3인부터는 타일수가 플레이어수보다 하나씩 모자라게 되므로 인터랙션이 강화될 요소도 있었다. 2인 플레이와 3~4인 플레이의 감흥이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2인플은 오토마 '이그노투스'를 끼워서 3인플로 진행하는 방식인데, 사실상 '알마 마터'는 3인 이상을 위한 게임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혼자 하자니 같은 행동의 반복이라서 1인플을 세 배로 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테마도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를 경영해 키워가는 느낌이 잘 와닿지 않았고, 연구, 학생 모집, 교수 채용 등 행동의 테마성이 플레이 메커니즘과도 부드럽게 연결되지 않았다. 다인플을 하게 될 경우 책 파는 액션 때문에 경영 전략이라기보다 영업, 협력 시스템이 더 와닿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묘하게도, 직접 겪어본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게임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은 든다. 혼자 할 때의 벽겜스러운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다인플을 해봐야만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페스타 때 크게 할인한다면 사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보류하기로 한다. 

  

---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컴포넌트와 게임판이 예쁘기로 유명해서 아직 국내 정발된 게임이 아니지만 꼭 해보고 싶었던 게임이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의 자치주 카탈루냐의 중심 도시이지만 게임의 시대 배경인 19세기 당시엔 카탈루냐 자치 정부에 속해 있던 지역이었다. 바르셀로나 지역은 지나친 인구 과밀로 인해 교통체증, 전염성 질환 유행 등의 도시 문제를 앓고 있던 차 산업화로 유입된 부르주아층의 거주지도 마련할 겸 새롭게 도시 계획을 발표하고, 건축가 일데폰스 세르다의 청사진이 채택된다. 세르다는 직선과 격자 형태의 도로, 모서리가 둥근 정팔각형 블록, 블록 내 한 면의 열린 구역이 특징인 '에샴플레'를 설계했다. 차량과 시민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고, 건물을 일정한 구역에 집중시키며, 휴식과 위생을 위한 공간을 열어 도시 보건에도 힘쓴 것이 인상적이다. 

플레이어는 세르다의 도시 계획안을 바탕으로 도로를 놓고 건물을 올리며 모더니즘 계획을 꾸준히 연구해 점수를 올려야 한다. 행동에 따라 세르다 트랙의 점수가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는데 세르다의 도시 계획안을 얼마나 잘 따라가느냐에 따라 점수 분포가 달라지는 듯하다. 세팅이 간편한 편이고, 룰이 명확하고 단순해서 익히기도 어렵지 않았고, 잔룰도 적었다. 언제나 할 수 있는 행동이 있고, 자원도 모자라지 않게 들어와서 쪼들리지 않는 기분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대신 액션 형태와 자원 보유가 한정적이기도 해서 있는 자원을 잘 관리하면서 행동 콤보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요한 전략이다. 무난하게 즐기기 좋은 게임인데 국내 정발될 때는 꼭 개인판과 오토마 보드가 듀얼 레이어로 따로 나와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