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9 리처드 용재 오닐 송년콘서트 탱고 피버 @예술의전당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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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2층 1열이라니 자리도 너무나 완벽 그 자체! 

바로 이틀 전 사라 장의 역동적인 사계 '겨울' 연주를 들어서인지 막스 리히터 버전의 편곡과 비올라 사운드는 상대적으로 약하고 심심하게 느껴지긴 했다. 이건 내가 비올라를 많이 들어보지 못해서 취향이 없어 그런 것 같다. 고전음악에 모더니즘을 더했다는 설명은 납득이 갔다. 내 좌석이 그런 건지, 원래 반도네온이 그런 건지 반도네온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다. 오히려 두 번째 곡인 바흐의 마태수난곡 '주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가 비올라와 반도네온 합주에는 훨씬 아름답고도 구슬프게 어울렸다. 소리가 약해서 더 애절하게 들리는 효과가... 

피아졸라의 세 곡은 스트링 콰르텟의 합주로 들을 수 있었다. 한지연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도 아주 매혹적이었다. 에스쿠알로는 현악기를 잡아뜯듯이 연주하는 모션이 단연 인상적이었다. (찾아보니 피치카토 주법이라고 하더라.) 줄리앙 라브로가 갑자기 반도네온을 내려놓고 뭔가를 꺼내서 불길래 하모니카인가 했는데 아코디나라는, 아코디언과 하모니카를 섞어 놓은 것처럼 생긴 관악기였다. 숨도 안 찬가..하는 생각을 했다. 줄리앙 라브로는 (라틴 음악 연주자답게) 흥이 참 많은 사람처럼 보였는데, 관객의 박수에 감동받은 듯 내내 리액션도 크게 해줘서 보는 입장에서도 무척 즐거웠다. 무려 1부만 마치고도 인터미션 전 앙코르 곡을 들려줬다. 영화 <일 포스티노 Il Postino>의 메인 테마라는데 찾아보니 반도네온 연주곡으로도 유명한 곡인 듯했다. 

2부는 솔리스트 + 체임버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꾸며졌다. 나는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팀명인 줄 알았는데, 실내 관현악용으로 작게 편성한 오케스트라를 체임버 오케스트라라고 부른다고 한다. 네 악기 중 반도네온이 가장 평범하다 싶었는데 웬걸, 줄리앙 라브로가 피아졸라를 존경해 작곡했다는 반도네온과 현악을 위한 협주곡 '상어의 외침(The Bellows of the Shark)'은 너무 좋았다. 반도네온 특유의 여운과 긴박함이 무척 조화로웠다.

양인모가 연주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겨울'은 말해 뭣할까. 여린 소리가 아주 부드럽고 흐느끼듯이 이어지는 부분들이 발군이었다. 미친 보잉 ㅠㅠㅠㅠ (이것도 뭔가 주법 이름이 따로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찾아보기로...) 너무 좋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양인모는 연주가 섬세하고 깔끔해서 나도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지만 최근 무척 팬이 많아진 듯하다.

문태국 첼리스트는 피아졸라의 '위대한 탱고(Le Grand Tango)'를 연주했는데, 연주가 굉장히 박력있고 쇼맨십이 넘쳤다. 역시 현악기는 박력이지. 중랑문화재단 탱고 공연과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에서도 그랬지만, 최근 첼로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비올라와 반도네온의 조합이 조금 약하다 생각했는데 오케스트라를 더하니 사운드가 아주 풍성해서 듣기 좋았다. 괜히 리베르탱고를 엔딩곡으로 넣은 게 아니더라고. 리처드 용재 오닐&줄리앙 라브로 듀엣은 연주 내내 표현력이 굉장했고 짜잔! 하는 느낌으로 활을 치켜들고 마무리한 엔딩도 멋있었다. 무엇보다 2부 내내 서서 연주한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고생이 많았다는 생각을 했지만 덕분에 현악기로 꽉 채운 웅장한 연주를 들을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탱고 공연답게 에너지가 끝간 데를 모르고 치솟는 듯했다.

리처드 용재 오닐이 서툰 한국어로 정성스런 인삿말도 준비해왔다. 매년 하는 송년 콘서트의 타이틀이 '선물'인 것은 관객에게 연주를 선물하는 의미도 있지만, 연주하는 자신들에게도 공연장을 찾아와 준 관객이 선물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음악은 우리를 시공간 너머로 이어주는 마술적인 타임머신이라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이 부분만 한국어였다ㅋㅋ)고 했을 땐 관객 모두가 행복에 겨워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도 무척 따스한 기분을 느꼈다. 앙코르 곡으로는 바흐의 영국 조곡 3번 프렐류드(Prelude from Bach's English Suite #3)와 골드베르크 변주곡 BWV988 중 아리아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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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
비발디 - 사계 “겨울” 中 1악장 (Max Richter ver.)
Vivaldi - The four seasons “winter” 1st mov (Max Richter ver.)
(리처드 용재 오닐 & 줄리앙 라브로)

바흐 - 마태 수난곡 中 “주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Bach - “Erbarme dich, mein Gott” from St Matthew Passion BWV 244
(리처드 용재 오닐 & 줄리앙 라브로)

피아졸라 - 아디오스 노니노, 10월의 멜로디, 에스쿠알로
A. Piazzolla - Adios Nonino, Melodia en la menor, Escualo
(스트링 콰르텟 & 줄리앙 라브로)

 

앙코르

Julien Labro_"Il Postino" Main theme

< 2부 >
줄리앙 라브로 - 반도네온과 현악을 위한 협주곡 "The Bellows of the Shark" 中 2,3악장
Julien Labro - "The Bellows of the Shark" concerto for bandoneon and strings
II- Solennemente
III- Scherzo
(줄리앙 라브로 & 체임버 오케스트라)

피아졸라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中 “겨울”
A. Piazzolla - Four Seasons of Buenos Aires - Invierno porteno “Winter”
(양인모 & 체임버 오케스트라)

피아졸라 - 위대한 탱고 Le Grand Tango (태국, 체임버오케)
A. Piazzolla - Le Grand Tango
(문태국 & 체임버 오케스트라)

피아졸라 - 리베르탱고 (new arrangement)
A. Piazzolla - Libertango (new arrangement)
(리처드 용재 오닐 & 줄리앙 라브로 & 체임버 오케스트라)

 

앙코르 
Julien Labro_Prelude from Bach's English Suite #3
J.S.Bach_Goldberg-Variations BWV988 중 “A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