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27 사라 장 & 비르투오지 @예술의전당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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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 플북 살 때 사인된 CD를 같이 팔기에 오늘은 사인회가 없나 보다 생각했고, 정말 없었다. 사라 장 사인이라면 모두가 기다려서 받았을 테니 이른 귀가를 위해 없는 게 나았던 것일지도... 사인된 CD를 사고 싶었지만 돈도 없고, CD 플레이어도 없고 해서 일단 참았다. ㅠ
워낙 대단한 연주자의 공연이어서인지 티켓 가격이 무척 비싸서.. 눈물을 머금고 제일 저렴한 합창석을 예매했었다. 오른편 합창석이라 평소엔 잘 안 들리던 첼로, 베이스, 하프시코드 소리가 아주 잘 들렸지만 베이스쪽 연주자 모습까진 보이지 않았다. 악기들이 오케스트라처럼 가운데를 빙 둘러 있었고 가운데에 사라 장이 지휘자처럼 자리했다. 연주하는 동안에도 지휘자처럼 각 악기를 보며 눈을 맞추고 리듬을 타주고는 했다. 파란색 머메이드 드레스가 아름다웠다. 좌석 덕에 하프시코드를 실물로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신기했고, 인터미션 때는 조율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었다. 심준호 첼리스트와 계속 눈을 맞추며 연주하는 사라 장 얼굴도 실컷 볼 수 있어 좋았다.
시작하는 곡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고 불리는 비탈리의 샤콘느. 오늘 공연을 위해 실내 관현악용으로 편곡했다고 한다. (난 들어도 모르지만.) 흐느끼고 울부짖는 듯한 선율이 박력있는 보잉의 사라 장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유튜브 속 옛 연주 영상에선 힘찬 보잉이 인상적이었는데 실연을 보니 예전에 비해 보잉이 상당히 편안해지고 부드러워진 듯했다. 상대적으로 덜 드라마틱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만큼 여유가 넘쳤고 여전히 근사했다. 두 번째 곡 바흐는 장유진 바이올리니스트와 협연했고, 하프시코드 연주가 추가됐다. 하프시코드는 이번에 제대로 처음 보는 것인데 고전적이고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리저튼>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ㅋㅋ
2부는 사계 전곡 연주로 이어졌다. 사라 장의 드레스도 붉은 보라색 드레스로 바뀌었다. 곡이 길어서인지 연주의 감흥이 대단해서였는지 실수였는지 아무튼 악장 사이 박수가 계속 나왔는데도 사라 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객석을 향해 여유롭게 웃어줬다. 감기가 유행이라서인지 조금만 쉬는 틈이 생기면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터져나왔고 무척 신경쓰였다. 그렇게 기침이 나올 정도면 클공은 오지 말지... 아무튼 사계 전곡 연주를 듣는 일은 드물어서 무척 두근거렸다. 특히 '겨울' 1악장에서 사라 장 특유의 격정적인 연주를 감상할 수 있어 너무나 설렜다. 내내 거의 홀린 상태로 감상했다.
앙코르 곡으로는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라장조의 2악장 'G선상의 아리아'와 관객 반응이 좋았던 사계 중 '여름' 3악장을 들려줬다.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니 새삼 바이올리니스트들이 대단하게 느껴지는데, 가느다랗고 긴 음을 여린 소리로 끊김 없이 연주하는 게 정말 어려우면서 근사하다고 생각했다. 거세게 움직이는 등근육들과 힘차고 리드미컬한 보잉은 참 언제 봐도 멋있다. 염소 소리만 내는 나의 바이올린은 언제쯤 제 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인가... 다 보고 나니 역시 사인 CD를 샀어야 했나 하는 애매한 후회가 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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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내 자리인 줄 알고 내 옆자리에 잘못 앉음. 그 자리 주인이었던 아저씨는 클공 구력이 좀 되시는지 숨도 안 쉬고 가만히 공연을 보셔서 무척 편안했지만, 반대편 옆자리 커플은 입장할 때부터 늦게 들어와서 거슬리더니 내내 매너가 개똥이라 정말 짜증났다. 남자는 내내 팔꿈치가 나와 닿아 있어 정말 불쾌했고, 여자는 눈치없이 촬영하고, 둘이 자주 속닥거리고, 프로그램북을 들췄다 덮었다 난리도 아니었음. 어휴.. 합창석에 앉았기에 B열이 바로 보이는데 거기서 계속 촬영용 빨간 빛이 터져서 엄청 거슬렸다. 나중에 보니 왠지 기자가 아니었을까 싶은... 커튼콜 때 E열 맨 앞에 앉은 아기가 사라 장을 향해 계속 머리 위로 하트를 하고 있어서 무척 귀여웠다. 사라 장이 꼭 그 모습을 봐주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