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7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 @예술의전당오페라극장

인생 첫 발레! 좌석이 1층 3열이라서인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알라딘>을 아주 가까이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쩐지 시야가 비슷한 느낌. 좌석 단차가 적어서 앞에 앉은 키 큰 관객에게 시야가 일부 가려진 것은 조금 슬펐다. 그 관객이 커튼콜 땐 휴대폰을 너무 높이 들어서 대박 짜증도 났다. 폰도 좀 적당히 들어야지... 아무튼 대사 한 마디 없이 오케스트라와 발레로만 진행되는 극이 지루하진 않을까 싶었던 것은 정말 쓸데없는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게 어느새 두 시간 순삭 호로록....!

이날 본 <호두까지 인형>은 러시아의 살아있는 전설(현재 95세시라고...) 유리 그리고로비치 버전이고, 국립발레단이라 오케스트라 라이브로 진행되어 시청각적으로 두루 만족스러웠다. 차이코프스키 곡이 워낙 유명하니 나도 아는 곡이라 친근한 기분이 들었다. 가까이서 발레를 보게 되니 분장과 의상, 무대디자인과 무용이 모두 생생하게 눈에 들어와서 재미있었다. 의상은 한 벌 한 벌 전부 디테일하고도 무척 아름다웠다. 

군무를 추는 발레리나들의 등근육이 인상깊었고, 호두까기인형 역을 맡은 어린이 무용수의 근력에도 내내 감탄했다. 왕자 배역을 맡은 발레리노의 키와 덩치가 작아서 너무 안 멋진 게 아닌가.. 좀 실망했는데(...) 유명한 수석 무용수라더니 뒤로 갈수록 지친 티도 안 나고 노련하게 폴짝폴짝 잘 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역인 주인공 마리를 연기한 발레리나는 갈수록 숨차하는 게 느껴졌다. 스토리 진행과 무관하게 스킬 보여주는 용도의 개인 무용 장면인 디베르티스망에서 인도 남자인형 역 무용수는 몸이 너무 무거워보이고 다리도 잘 안 올라가는 것 같아 보여서 혼자 속으로 저래도 되나 싶었고, 인도 여자인형 역 무용수는 근력과 스킬이 엄청났다. 중국 남자인형 역 무용수도 가볍게 잘 뛰어서 보기에 재미있었다. 역시 의상 디테일들이 좋았다. 커튼콜에 오케스트라 라이브 캐롤 연주까지 들으니 너무나 낭만적이었고, 첫 발레 감상이 무척 즐거웠기에 국립발레단 정기 발레 공연을 매번 찾아다니며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