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주차 보드게임] 트릭케리언, 푸에르토 리코, 온 마스, 언더워터 시티즈, 뉴클리엄, 시카고 익스프레스, 로즈 오브 시디트, 랫 오브 위스타, 와일드: 세렝게티

6월 3일 ~ 6월 9일


트릭케리언 + 달가드 아카데미 확장
오랜만에 돌려서 룰도 거의 다 잊고 있었다. 거의 초플의 기분으로... ^^... 

이번엔 드디어 3단계 트릭을 배운 것으로 충분히 만족한다. 방장님이 구비하신 저 범용 코인 토큰?이 몹시 탐났는데 구할 길이 없어서 아쉽다. 

 

푸에르토 리코 구판
뜻밖에도 여성 모임 모임장님이 푸코를 해보신 적이 없다 해서 하게 되었다. 신판으로 꺼내려 했으나 펀칭이 안되어 있어 구판으로 돌렸다. 오랜만에 하기도 하고, 예정에 없던 게임이라 급하게 룰설하느라 굉장히 횡설수설해서 부끄러웠다. ㅎㅎ ..... 

그나저나 저 긱스토어 트레이 아주 유용하게 잘 쓰는 중! 

 

베런파크 + 그리즐리 등장! 확장
타일놓기류 게임을 즐겨하지 않는 편인데도 '베런파크'는 대단히 재미있다. 뭐가 그렇게 다르지..? 일단 턴이 빨리 돌아오는 것이 최고의 장점. 확장을 끼워서 모노레일이 추가된 뒤로는 내 테마파크 꾸미는 맛에 더 즐거워졌다. 모노레일 길게 길게 잇고 싶었는데 이 날도 실패. ㅠㅠ 그래도 공통 미션 중 두 개나 달성했고, 그리즐리 타일을 세 개나 가져온 것으로 만족스러웠다. 이번에도 한두 턴 정도가 아쉽게 모자랐는데 다음엔 빈 곳없이 꽉꽉 채워보고 싶다.

온 마스
여태 해 본 비탈 라세르다 게임 중 '온 마스'의 룰 숙지가 가장 어려웠다. 여성 모임 RR님의 룰 설명과 가이드는 정말 최고였지만, 순전히 내가 이해를 잘 못해서 어려웠다는 의미다.

건물(?)을 지을 때 로봇이 둘러싸고 있는 한 칸 이내의 영역 안에서 지어야 한다는 점, 프리 액션이 턴마다 한 번씩만 가능하다는 점을 자꾸 잊어서 종종 전략이 무너졌는데 그럴 때마다 나의 바보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했던 얘기를 또 듣고, 또 듣고! ^^

맞은편에 앉으신 MASP님이 내 프리 액션을 자주 단골로 이용해 주셔서 외롭지 않았다. 반면 우리 회색 과학자는 어디도 가지 못한 채 나의 카드에만 처박혀 있어야 했다. 미안해, 주인이 나라서. 

언더워터 시티즈 + 새로운 발견 확장
'펄서 2849', '우드크래프트', '왕국의 수도 프라하'를 디자인한 블라디미르 수치 작가의 게임이다. 인구 과밀을 해결하기 위해 해저도시를 건설하는 테마다. 턴 선점, 엔진 빌딩, 자원 관리, 카드 운용 등의 요소에서 전략이 필요한 게임이고, 룰이 어렵지 않아 금방 배울 수 있었다. 참조표도 잘 되어 있어 앞에 두고 요긴하게 써먹었다. 게임 자체도 정말 미친 재미..... 무아지경으로 도시 건설에 몰입하느라 시간이 흐르는 것도 몰랐다. 긱업빗으로도 파는 플라스틱 자원 토큰의 손맛도 훌륭했다. 아, 이 게임은 정말 갖고 싶은걸. 

여성 모임 내에서 게임 실력으론 탑 티어이신 두 분을 제치고 (심지어 이 중 유일한 초플인) 내가 1등을 해서 좋았다. 평소 승패에 크게 의미를 두진 않는 편이지만 이렇게 대단히 희소하고 특수한 상황에서는 솔직히 기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은 앞으로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

 

뉴클리엄
정작 우리집엔 택배가 도착하기도 전에 M님, U님 댁에서 '뉴클리엄'을 먼저 플레이 해보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아트워크가 아름답지는 않지만 일단 좋아하는 작가들의 신작이고, 메커니즘도 '버라지'+'버밍엄'이라는 소문이 있어 알지도 못한 채로 일단 사둔 게임이다.

19세기 산업혁명기, 인류가 석탄에 더해 우라늄까지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대체 역사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다. '버밍엄'처럼 네트워크를 만들어 영향력을 확장하고, '버라지'처럼 희소자원을 선점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 친근했다. 네트워킹에 엄격한 규제가 없다는 점, 행동 타일을 뒤집어 네트워크용으로 사용한다는 점, 터빈의 선점, 기술 트랙 해금 등의 시스템은 신선했다. 상호작용이 꽤 활발한 듯하면서도 플레이어 비대칭인 개인의 테크를 밀고 나가야 한다는 점이 취향에 맞았다.

룰 자체는 어렵지 않은 편이라고 느꼈지만 다양한 게임 시스템에 익숙한 플레이어들이어야 각자의 전략을 잘 빌드해나갈 만하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높다는 생각이 든다. 액션에 관한 고민이 길어질 요소도 있어 3인 정도가 플레이하기 적당해 보인다. 

뉴클리엄 종이 오거나이저가 꽤 괜찮다.

 

칸반: 오토모티브 레볼루션
이른바 칸반 구판. 대방역 스페이스 살림의 라운지에서 이 게임을 처음 배운 기억이 새록새록. 놀랍게도 그 사이 싸악 까먹어서 초플의 기분으로 다시 임했다. 옛날 게임이라 보드의 시인성이 좋지 않은 편이지만 어쩐지 복닥복닥한 자동차 공장의 느낌이 물씬 풍겨서 은근히 이 버전도 나는 좋아하고 있다. 

 

보라 보라

폴리네시아 지역의 푸른 바다가 떠올라 내가 꽤 좋아하는 포인트샐러드 게임이다. 세팅이 조잡하다는 점이 약간의 단점이지만 그 단점을 충분히 상쇄할만큼 타일이 나름 견고하고, 게임의 재미 자체도 뛰어나다. 세팅할 때마다 누구는 물고기 깔고, 누구는 보석 타일 깔라고 일찍부터 일을 시켜야 한다. ㅎㅎ 

'버건디의 성' 스테판 펠트 작가의 게임이고, 그답게 주사위 눈금을 활용하는 액션을 주요 메커니즘으로 디자인했다. '보라 보라'에서는 눈금을 액션포인트로 쓰는데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주사위 눈금이 높게 나와도 불만, 낮게 나와도 불만이 터져나온다는 점이 웃기다. 선 잡기 경쟁이 치열하고, 매 라운드마다 완수해야 하는 임무가 몹시 빡빡해서 플레이어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다. 신 카드를 잘만 활용한다면 그리 힘들지는 않은데, 이 모든 걸 머리로는 알아도 손이 따라주지 않는 것을 어쩌나 하는 것이 보드게이머로서의 과제랄까. 

 

시카고 익스프레스

긱에 검색하니 타이틀이 'Wabash Cannonball'이었다. 워배시에서 쏘는 캐논볼이라는 뜻인가? 다른 타이틀이 '시카고 익스프레스'인 걸로 보아 워배시로부터의 질주, 레이스 이런 느낌으로 지은 타이틀인가 싶었다. 인디애나 워배시에서 일리노이 시카고까지 빠르게 철길을 놓는 게임이다. 스피디하게 진행되지만 중간에 각 철도회사의 주식 싸움이라든지, 몸값 불리기 등등의 요소가 추가돼 마냥 기찻길만 놓는 게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18시리즈의 파티 버전이라고 하면 비약일까? 아리송하고도 재밌는 게임이었다.

 

로즈 오브 시디트
M님, U님 댁의 어린이가 함께 하자고 전부터 요청했던 게임이다. 게임판만 봤을 땐 조금 싱겁지 않을까 했는데 뜻밖에도 진심으로 임하게 되었다. 일단 액션 프로그래밍 요소가 흥미를 끌었고, '메이지 나이트'처럼 길 따라 가서 아이템을 먹고(동료를 모으고), 적을 물리치는 방식이 친숙했다. 하프 토큰을 뿌려 영향력 올리기, 돈 모으기, 마탑 쌓기 등 곳곳에 선택과 집중을 요하는 액션들이 있었고, 뭐라도 하나 대충 했다가는 냅다 첫 번째 관문(?)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해버리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쫓겨났다. 진짜로 게임에서 제거된다. 충격과 공포.... 너무 슬퍼... ㅠ 

게임 중 무심코 동료들을 단순 아이템처럼 여겨 원하는 것을 먹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표한 나에게 그 집 어린이가 놀라며 동료를 어떻게 먹냐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역시, 내가 타락한 어른이었어. 친구를 먹긴 왜 먹어, 그치.

태양신 라
어린이와 다같이 '태양신 라'를 하면 어떻겠냐는 M님의 제안에 혹시나 싶어 상의없이 이안 오툴 에디션을 들고 갔는데 다행스럽게도 두 분이 나의 배달을 반겨주셨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충격적이게도 펀칭조차 하지 않은 새 게임이 나와 너무 당황했다. 여기저기서 하도 '태양신 라'를 하고 다녔더니 무심코 내 게임도 이미 정리를 다 한 상태라고 착각했던 모양이다. 그럼 그동안 남의 게임으로 내내 게임했었단 말야? 그것도 놀랍다. 아무튼 교활한 어른들과 도박성이 짙은 게임(!)을 하기에 어린이는 너무나 순수했고, 어린이가 생각보다 게임을 즐기지 않았던 것 같아 조금 마음에 걸렸다. 범람 타일을 꼭 뽑아주고 싶었단다. ㅠㅠ 

토요 모임.

 

와일드: 세렝게티
전략성에 비해 세팅이 조금 번잡하지만 예쁜 게임. 플레이어는 다큐멘터리 촬영 감독이 되어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세렝게티 초원의 동물들을 촬영해야 한다. 미션 카드들이 주어지고, 카드의 내용에 따라 동물들을 배치해 점수를 먹는 게임이다. 모두 6라운드 중 4라운드와 6라운드 시작 전에는 동물 대이동이 발생해 그동안의 배치를 와르르 무너뜨리는 변수가 생긴다. 룰은 쉽지만 잘하기는 어려운 게임이다. 나는 엄청나게 플레이를 못했지만, C님이 아주 재밌어 하셔서 기뻤다. 

 

랫 오브 위스타
오늘은 동물데이인가? 실험의 부작용으로 지나치게 똑똑해져버린 쥐들이 위스타 연구소를 탈출하고, 새로운 땅에서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 농장을 탐험하거나 인간이 버린 물건으로 발명품을 만들면서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증명해가는 게임이다. 테마부터가 귀엽고도 흥미롭다. 내가 좋아하는 시모네 루치아니 작가의, 빡빡한 자원관리, 엔진빌딩 및 변형 일꾼놓기 메커니즘으로 디자인된 게임이다. 생김새에 비해 몹시 고되고 빡세고 건조한 게임이다. 두목 쥐를 따라 우르르 이동하는 부하 쥐들이 너무 귀여운데, 이 부하 쥐들의 수가 플레이어의 액션포인트가 된다. 언어 요소가 없어 해외판을 샀어도 플레이에 전혀 무리가 없는데 아이콘의 시인성은 조금 모호한 듯하다. 카드로 엔진을 잘 만든다면 좋았겠는데 어째 난 초플 때보다 더 망해버려서 아쉬웠다. 카드가 영 잘 나와주지 않았어.... ㅠ 

 

아르낙의 잊혀진 유적
아주 제대로 설욕전에 성공했다. 1점차로 C님을 이김.

 

와일드: 세렝게티
시간이 남아 S님과도 3인플로 한 번 더 돌리기로 했다. 셋이서 하니 한층 빡빡해지고, 계획이 더 쉽게 망가지곤 했다. 충격적이게도 S님이 압승하시고 나는 꽁무니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알고보니 S님이 공간지각능력이 몹시 훌륭하신 편이라 이런 3차원 가로세로 만들기 게임(?)에 재능이 출중하시다는 말을 나중에 들었다. 동물도 아주 좋아하셔서 '와일드: 세렝게티'를 아주 재밌게 플레이하셨다는데 게임의 영업사원으로서 나의 참패와는 무관하게 그런 말은 기쁠 수밖에 없다.